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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 Jun 06. 2024

싸우면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의 심리

불편한 감정을 잘 표현하는 법  

'토라짐의 핵심에는 강렬한 분노와 분노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으려는 똑같이 강렬한 욕구가 혼재해 있다.' -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중에서


내가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 문장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격이 급해서 답답한 상황을 잘 참지 못하는 나는, 싸움 이후에 되도록 빨리 싸움 전의 상황, 좋았던 때로 돌아가려고 하는 편이다. 토라져서 말을 안 하는 상대가 납득이 되지 않고, 싸움 후에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것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보면 나도 누군가에게 기분이 상했을 때, 이 마음을 알아주기 전까지는 내 입으로는 절대로 말을 하지 않으리라고 무의식적으로 다짐한 적이 있다. 토라짐은 내가 아끼는 사람에게 '내가 널 이해하는 것 이상으로 나도 이해받고 싶다'는 어린아이 같은 마음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것이 내가 아끼는 사람을 정말로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경우는 별로 없다. 당시에는 그 무엇보다 나의 감정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알랭 드 보통의 책에서는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때만이 우리는 자신이 진정으로 이해받고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다.'라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나조차도 그렇지 않은가? 나는 상대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내지 못하면서 상대가 그러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뭔가에 기분이 나쁜데 이것을 말로 하기엔 쪼잔해 보이고, 그냥 넘어가기엔 찝찝할 때 토라짐이 발생한다. 불편한 감정을 쌓아 두지 않고 진솔하게 말하면 관계는 더 나은 쪽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무언가 불편한 감정을 느꼈을 때, 다음과 같은 행동을 취할 것을 추천한다.


<별 것 아닌 것으로 기분이 나쁜 것처럼 느껴진다면>

1. 내가 무엇 때문에 기분이 나쁜지를 파악한다.

2. 시간이 지나면 이것이 없어질 감정인지를 생각해 본다.

3. 만일 이 감정이 지속될 것 같다면 내가 무엇 때문에 기분이 나빠졌는지를 (시간을 오래 끌지 말고) 이야기한다.

4.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드럽게'와, '의도를 확실히 하기'이다.


불편한 감정을 예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반증이다. 말을 하지 않아도 이해받고 싶다는 강력한 욕구를 뚫고, 불편한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소중한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호의이다. 상대가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뭘 잘못했나?'라고 혼자서 자책하지 않게 하는 것 말이다.



@자양역 인사이드 아웃 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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