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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 Apr 19. 2024

상실로부터 시작된 독서 모임

무언가 끝나면 무언가 시작된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5월,
나는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계기는 전 남자 친구의 일방적인 이별 통보

청혼을 받은 후에 어떻게 거절할까를 고민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헤어짐은 며칠 밤 잠을 못 자고, 먹은 것도 없이 소화가 안 되어 아침마다 콜라를 들이켤 정도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ENFP 중에도 대문자 F인 내가 당시에는 어떻게든 이성적이려고 노력하며 그를 붙잡지 않았다. 헤어진 뒤 나는 한 번도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지 않았는데 그 과정에서 나를 잡아 준 것이 책이었다.

'스틸니스'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
'아토믹 해빗'
'불안한 나로부터 벗어나는 법'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이런 책들을 접하며 내 마음이 고요해짐을 느꼈다.
내가 너무 내 세상 속에서만 살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공통의 주제로 이야기 나누고 싶어 졌고, 소모임에서 독서 모임을 찾아보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없어서

무작정 만들어 버린 것이다.


독서 모임이라는 것이 말로만 들었지 어떻게 하는 것인지도 몰라서 처음에는 각자 좋아하는 책을 들고 만나자고 공지를 했다. 운이 좋게도 첫 모임에 공지한 정원 여섯 명이 다 찼고
부푼 마음으로 한 시간 전에 카페에 도착해서

구석진 자리를 맡았다.

'시작은 어떻게 하지'

'어떤 질문을 하지'
'중간에 마가 뜨면 어떻게 하지' 등의 걱정이 많았지만
'일단 시작하면 뭐라도 되겠지'

하는 막연하게 좋은 기분도 있었다. 

그리고 얼마 뒤, 작은 브런치 카페에 모여 앉은

 (세상에 서로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여섯 명의 사람들

각자 들고 온 책은 신기하게도 다 다른 분야였다.


소설 / 건강 / 자기 계발 / 외교 / 재테크 / 카툰 에세이

다들 가지고 온 책들을 열심히 설명했다는 것, 능글맞았던 한 참가자가 내게 남자 친구 없냐고 물었던 기억 외에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없다. 다만, 앞으로는 이렇게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모임이 끝난 뒤에 나는

다른 방향으로의 모임을 계획하게 되는데.....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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