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참가로 춘천에 왔습니다. 시내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젊은 친구들이 많이 보입니다. 마라톤 크루 중심으로 많이 참가했다고 합니다. 크루 문화가 새로운 흐름인가 봅니다.
마라톤 전날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저녁을 먹으로 나왔습니다. 아내가 춘천까지 왔으니 닭갈비를 먹자고 합니다. 유명하다는 집을 검색해서 찾아갔습니다. 대기가 7팀 정도 있었습니다. 화이트보드에 이름을 쓰고 기다렸습니다. 한 시간 정도 기다리고 자리 하나를 안내받았습니다. 여기는 치즈 사리가 메뉴에 있습니다. 치즈 사리와 우동 사리를 시켰습니다. 막국수도 추가했습니다. 닭갈비는 감칠맛이 있었고 치즈와 함께 먹는 닭갈비가 맛을 돋웠습니다. 몇 년 전부터 젊은 친구들이 좋아해서인지 많은 음식에 치즈를 넣었는데 이곳도 유행을 반영한 듯합니다.
손님이 많아서인지 일하시는 분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무표정한 얼굴에 피곤함이 묻어 있습니다. 손님들이 먹고 나간 자리를 금세 치우기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옆 자리에서는 내일 마라톤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막걸리 한 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흥이 나 보입니다. 손님 가득한 식당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닭갈비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일요일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습니다. 기록도 생각했던 만큼 나왔습니다. 절뚝거리며 숙소로 들어와서 쉬었습니다. 저녁이 가까워지자 아내가 어제와 다른 닭갈비집을 가자고 합니다. 두 집이 제일 유명하니 이곳도 가보자고 합니다. 택시를 불러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여기도 웨이팅이 많았습니다. 40분 정도 기다리자 우리 순번이 됐습니다. 내장과 닭갈비를 1인분씩 시켰습니다. 내장은 식감이 쫄깃했습니다. 이곳은 치즈 사리 없이 전통적으로 해왔던 사리만 내고 있었습니다. 닭갈비로 유명한 집이라 맛은 일품입니다.
젊은 친구가 닭갈비 철판을 닦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철판을 닦는 데 온 힘과 정성을 다하는 모습입니다. 단지 철판을 닦는 것뿐인데 몰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호감을 가지나 봅니다. 일 하시는 분들의 움직임도 여유가 있고 분업이 명확했습니다. 매장 전체도 분주해 보이지 않고 안정된 분위기였습니다. 맛도 좋았지만 쾌적한 공간이고 일하시는 분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맛있게 닭갈비를 먹고 있었는데 옆 테이블에서 마라톤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두 남자분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한 분이 말합니다. 오늘 대회에서 뛰다가 여의치 않아 중간에 걸었나 봅니다. “몸에 무리가 와서 걸어가는 데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 나는 걷는데 사람들은 뛰어가고 있는 모습이 내 인생과 너무 닮은 것 같았어” “나의 걷는 뒷모습을 보며 달리는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낙오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자조 섞인 넋두리를 한참을 했습니다.
들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듣고 있자니 짠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상황이야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그 상황을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길 수는 있지만 자신의 능력 부족과 연관시키는 것은 스스로에게 좋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맛있게 닭갈비를 먹고 택시를 탔습니다. 기사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우리가 나온 닭갈비집이 맛있냐고 물으며 본인은 닭갈비가 그 맛이 그 맛인 것 같은 데 유독 그 집이 손님이 많다고 하십니다. 예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택시 기사님이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닭갈비 이야기를 한참 하시더니 철판 닭갈비 이전에는 숯불 닭갈비를 팔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시내에 온통 숯불 닭갈비 연기가 가득해서 시 차원에서 외곽으로 이전시켰다고 합니다. 대안으로 철판 닭갈비를 시작하게 됐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철판 닭갈비가 유명해지자 숯불 닭갈비를 개발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봅니다.
마라톤도 완주하고 맛있는 닭갈비도 먹고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