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

산을 넘는다는 것이 정말 걸어서는 쉽지 않고, 차로도 꼬불꼬불 어려우며 비나 눈이 오면 더더욱 힘이 든다. 하지만 고개를 넘는 것과 그 고개를 보러 가는 건 다른 의미일까. 나는 털털거리는 아반떼를 몰고 한계령을 올라갔다. 사실 정말 무서웠다 너무나 오래된 아반떼에다가 심지어 고개를 오르기 바로 직전 털털거리는 수상하면서 불길한 소리가 났다. 그렇기에 산의 웅장한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나는 덜덜 떨리는 핸들을 식은땀이 나도록 꽉 붙잡고 눈도 안 깜빡이며 정면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나무들이 훅훅 지나간다. 야생 동물 위험 표지판이 나무 사이에서 튀어나온다. 까만 고라니 그림 때문에 놀란다. 실수로 코너를 짧게 돌아서 마주 내려오는 차가 있었다면 대형사고가 일어났겠지만 다행히 차가 오지 않았다. 낙엽들이 바닥을 쓸고 날아간다. 그런 장관을 나는 차선이 안 보여서 불안하게 바라본다. 물론 속도는 높지 않다. 하지만 이 아반떼는 엑셀을 잘 밟고 있지 않으면 뒤로 밀려내려 간다. 급경사 구간에선 정말 차가 올라가질 않는다, 풀악셀인데!


그렇게 고물 아반떼와 힘을 들이며 오른 뿌듯함을 기대했는데, 정작 안개가 짙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구름 속에 있는 기분이 들긴 했지만, 그런 낭만보다는 세찬 바람과 몇 대만 듬성듬성 있는 비어있는 주차장이 살짝 나를 우울하게 했다. 무려 2시간 30분을 달려왔는데 그 도착한 정상에서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추운 바람에 코를 훌쩍이며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일을 보고, 증거 수집 마냥 안개의 한계령을 몇 장 찍고 몇 시간 기다린다고 나아질 것 같진 않아 다시 시동을 걸고 내려간다.

아바이순댓국을 뜨근하게 먹고 가야 할까.

충동적으로 온 한계령에서 맛본 이 안개의 먹먹함도 나의 한계령 추억 속에 하나로 남을 것이다. 원래 그렇지 뭐 산다는 게 참 기대한 다음 맛보는 것은 이런 안개의 먹먹함이 많은 것 같다. 그렇게 위안 삼으면서 아반떼와 다시 털털거리며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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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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