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속초는 아마 꾸준히 말하겠지만, 고향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은 매년 속초를 두세 번 정도 방문한다. 어머니 말에 의하면, 바다가 있는데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서 마치 멀리 여행 온 느낌이 나기 때문에 속초를 놀러 온다고 하셨다. 그렇기에 어렸을 때 정말 많은 사람들과 같이 속초를 왔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속초 여행은 한계령을 넘는 순간이었다.
사실 밤이었고, 거기가 한계령인지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어두컴컴한 밤을 강원도로 달리고는 있었다. 강원도의 밤은 참 다른 의미로 무서웠는데 달이 밝으면 낮에 푸르던 산들이 하늘보다 더 짙게 검어져 마치 하늘을 찌르는 듯이 삐죽삐죽 솟은 것처럼 보였다. 그 크고 성난 가시들 사이로 자그마한 세단을 타고 달리고 있었다. 운전을 하는 것은 어머니 친구분이셨다. 나는 차 뒷좌석에 타기만 하면 잠을 자는 편이었기에 아마 서울에서 출발할 때부터 자고 있었는데, 마침 한계령을 내려갈 때 잠에서 깼다. 어른들은 그 긴 운전 시간 동안 무슨 이야기를 해도 끊임이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어른들의 세계에서 작은 몸뚱이를 비틀어 똑바로 앉으려고 차 문에 손을 짚었다.
그 순간, 차의 뒷문이 덜컥하고 열렸다. 나는 차문을 잡고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대로 몸 반쪽이 차 밖으로 기우뚱하고 넘어졌다. 차체가 낮은 세단이었기에 기억으로는 도로가 휙휙 뒤로 사라져 가고 차 엔진 소리와 계속 귀를 팡팡거리는 바람 소리에 안에서 난리난 어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다행히 문 손잡이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차 문도 활짝 열리지 않았고, 나도 그대로 몸이 빠져나가 도로에 떨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문제는 운전자도, 조수석에 앉은 어른도, 그리고 내 두 다리만 붙잡고 있는 어머니도 놀라 소리만 지르고 있었기에 나는 체감으론 몇 분 동안 땅바닥만 보고 있었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차가 멈추지 않은 게 더 신기했다. 왜 그분은 차를 멈추지 않았을까. 사실 문이 열리고 바로 어머니가 내 다리와 배를 정말 뜯을 정도로 세게 잡아 올린 것 같기도 하다. 왜냐면 겨우 끌려올라와 차문을 닫고 보니 배가 상당히 아팠던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갑자기 전투기 비상탈출 마냥 차 문이 열렸기에 긴급 대책으로 어머니와 나는 자리를 바꿨다. 물론 또 잠결에 어찌어찌 차문에 기대 비벼대면 바뀐 쪽도 열릴 수도 있겠지만, 순간 생사를 뛰어넘는 곡예를 했기에 잠이 홀라당 깨버렸다.
그렇게 눈을 비비고 내려다보니 막 한계령 고개를 내려가는 중이었고 창 밖 너머엔 밤이었기에 전부 어두운 바다가 여기 산 꼭대기까지 밀려온 느낌이었다. 저 멀리 속초 시내의 야경도 살짝 보이고 그 위로 커다란 달이 떠 있었다.
이것이 지금 기억나는 한계령 최초의 기억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