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19년 된 아반떼가 있었다. 어렸을 때 봤을 때부터 다른 자동차랑은 다르게 둥글둥글해서 무언가 특별하다고 느꼈었다. 이모가 탄다고 샀었는데, 기억이 자세히 날 때엔 이모는 해외에 나가 있었고 할아버지가 차를 몰고 계셨다.
아반떼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추석 명절이나 그런 날이 아니면 딱히 움직일 일이 없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할아버지는 주로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일을 하셨고, 다른 가족들은 운전면허가 있어도 그냥 신분증으로만 쓰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아반떼는 산 꼭대기에서 살 때에도 이사를 해서 아파트에서 살 때도 항상 그 자리에 토템처럼 서 있었다.
딱 하얀 아반떼를 앞에서 보면 토끼 같은 느낌이었고, 뒤에서 보면 노루궁둥이버섯 같았다. 개인적으로 이런 차 디자인이 다시 한번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는데, 요즘은 점점 날렵하고 각지고 날쌘 느낌으로 나와 아쉬운 느낌도 있다.
여하튼 우리의 토템 아반떼는 19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3만 킬로도 안 탔기 때문에 내가 면허를 따고 운전대를 잡았을 때, 신차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 어렸을 때 시골 가는 길, 뒤에서 졸면서 탔던 추억과는 다르게 운전석에서 본 밖의 모습은 정말 색다른 기분이었다. 예전에는 푸석푸석한 좌석에서 앞뒤로 굴러다녔지만, 앞에서 액셀을 밟았을 때의 성취감이란!
게다가 어렸을 때 봐왔던 할아버지의 차여서 그랬는지 마치 집안의 가보를 물려받는 느낌이었다. 시동을 걸고 아파트를 빠져나왔을 때에는 나도 초보였고 아반떼도 오랜만이었는지 핸들이 덜덜 떨렸다.
아반떼의 별명은 아방이였다. 왜 그렇게 부르는지는 모르겠는데, 어머니가 아방이라고 부르시길래 그냥 나도 따라서 아방이라고 불렀다. 여하튼 귀여운 아방이는 부두 두둥 소리를 내며 언덕길을 올랐다. 나도 운전 초보였기 때문에 그저 직진만 하는데 손에 땀이 줄줄 흘렀다. 핸들을 밟았지만 반 이상 넘게 밟아야 힘을 내면서 앞으로 나갔다. 운전면허 학원에서 탔던 노란 차랑은 다르게 무언가 느리게 출발했다. 무서운 점은 집 근처가 오르막길이 많았다는 것인데, 신호에 멈추면 다시 출발할 때 브레이크를 떼자마자 뒤로 슬슬 밀리는 것이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풀액셀을 밟아야 했는데, 그러면 더 무섭게 바퀴가 엄청난 소리를 내면서 헛돌다가 팍 하고 출발한다. 그 때문에 허리는 운전이 끝난 매번 삐그덕거렸다.
나는 서울 시내에 엄청나게 많은 언덕길과 신호가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고 더 이상은 무서워 버티기 힘들 때 어머니에게 카센터를 가야겠다고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여적 문제없었던 이유는 안타 서니까, 이참에 점검을 한 번 전체적으로 하라 하셨다. 나는 어머니의 까만 카드를 갖고 카센터를 찾았다.
카센터에 리프트에 올려져 이곳저곳 보던 노루궁둥이 아방이는 무척이나 처량하게 보였다. 괜히 토템을 빼서 문제가 생긴 것처럼 느껴졌다.
카센터 아저씨가 손바닥을 툭툭 치며 말한다.
"이거 진짜 안 탄 지 오래되었죠?"
"아 네네, 이게 할아버지가 옛날에만 모시고 그대로 집에만 있었어요."
아저씨는 쯥쯥 이런 소리를 내며 말을 덧붙인다.
"에, 아무리 안타도 이틀에 한 번은 잠깐 동네라도 돌았으면 괜찮았을 텐데."
나는 멀쩡해 보이는 아방이가 사실은 이미 죽은 느낌이 들었다.
"이게 정말 안 쓰면 차도 고장이 나요. 신기하지."
아하.
"그러면 운전하면 안 될까요?"
"되긴 되겠는데 어디서 어떤 문제가 터질지는 모르지. 일단 보이는 건 조치는 취했는데 뭐 내가 차를 다 뜯어보진 못했으니까."
찝찝한 마음을 가지고 털털거리는 아방이를 몰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주차장에 세워두자 약간 토끼 이빨 같던 아반떼의 모습이 축 처진 기분이 들었다.
나는 가만히 서서 흠 하면서 둘러본다. 아방이는 늙은 것도 아니고, 많이 탄 것도 아닌데 덜컥 문제가 가득한 폭탄이 되어버렸다. 무언가 쓸쓸해진 우리 가족의 토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