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게 보관해 줘, 택배
'띵동'
저녁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문자가 도착했다. 내가 고르고, 남편이 결제해 준 지갑이 현관 앞에 놓여있다는 알림 문자이다.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은 나의 지갑이다. 십 년 동안 사용하여 낡은 지갑을 드디어 바꾸기로 결정했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고르고 남편에게 링크를 걸어 결제하기를 요청한다. 연말인지 평소보다 늦게 도착한다.
나는 집으로 가는 도중에 남편에게 문자를 보낸다.
'현관 앞에 내 소중한 지갑이 추워하고 있으니 얼른 들여놓기 바람'
신선식품이나 육류가 아닌 이상 주로 택배 주문을 선호한다. 클릭 한 번으로 가격 비교가 쉽고 물건도 바로 집 앞으로 오기 때문에 여러모로 편하다. 그렇게 우리 집 현관 앞에 도착하는 물건들을 보면 내가 직접 고르고 결제했지만 기분이 좋다. 설령 그 안에 주방세제나 건전지 같은, 도통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물건이 아닐지라도. 사람들의 심리가 좀 희한하다. 어떤 물건인지 알지만 택배를 뜯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서둘러 집으로 간다.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택배를 얼른 뜯어보고 싶은 생각이다. 아이들은 집에 택배가 오면 엄마나 아빠의 뜯어달라는 부탁이 있을 때만 택배를 뜯는다. 나의 지갑은 택배 상자 안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집 안으로 들어오니 딸이 나에게 와서 조용히 소곤거린다.
"엄마, 택배가 뭐길래 따뜻하게 해 놔야 해?"
남편이 아이들에게 뭐라 말했는지 대충 상상이 간다. 거실 바닥에는 나의 택배 상자가 털조끼 2개를 덮고도 부족했는지 건조기에서 갓 나온 따끈한 수건으로 덮여있다. 순간 웃음이 나온다. 나의 한마디에 각자의 방식대로 택배를 지키려고 노력한 것이다.
그 순간,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지갑을 고르는 과정에서 조금 좌절하기는 했다. '40대 지갑'이라고 검색을 하니, '명품'이라는 단어도 같이 따라붙는다. 한 달 치 월급으로 그 지갑을 살 수 있지만 사지 않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가격에 우선순위를 두고 그다음이 디자인이 되었다.
택배 안에는 곱게 포장된 검은색 지갑이 나온다. 아들은 지갑에 붙어있는 텍의 가격을 보면서 명품 지갑처럼 포장이 멋지다고 칭찬한다.
"얘들아, 엄청 예쁘지? 그리고 그 가격에서 30% 할인쿠폰도 받아서 더 저렴하게 샀어!! 엄마가 할인된 금액만큼 치킨 쏠게!!!"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은 치킨이라는 말에 기분이 좋아지고, 초등학교 6학년 딸은 브랜드나 명품에 대해 알만한 나이라 엄마가 저렴한 물건을 고른 것에 조금 안쓰러워하는 눈치다.
딸아, 괜찮아.
엄마는 매일, 너희들이 자고 있는 새벽에 책을 읽는 내면이 명품인 사람이 되고 있는 중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