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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기

by 친절한 곰님

중학교 입학 후 16일째, 한 달이 다 되어간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교복을 갈아입고 있다. 나는 속으로 '어라? 노래를 흥얼거리네?' 하며 딸의 심리가 바뀌었음을 느꼈다. 그때 옆에 있던 아들이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한다.


"엄마, 누나 친구 생겼나 봐."


눈치코치 없고 마냥 어리게만 보이던 초등학교 4학년 아들도 누나가 중학교에서 친구 사귀는 문제로 힘들어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침에 밥을 먹다가 학교 가기 싫다며 눈물을 뚝뚝 흘리니 아들이 모를 수가 없다. 그러다가 콧노래를 부르는 누나의 모습을 보며 누나가 중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음을 느낀 것이다.


"응, 그런가 봐"


나는 웃으며 이야기한다. 딸에게 반에서 같이 다닐 친구가 생겼다면 잘 된 일이다. 이제부터 친구들과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을 반복하겠지만 일단은 친한 사람이 있어야 싸우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할 테니 말이다.


다만 등하굣길을 함께 했던 옆반의 친한 친구와 사이가 멀어진 것이 걱정스럽다. 아마 같은 반 친구와 떡볶이를 먹으러 가면서 하굣길에 동행했던 친구와 같이 다니지 않으면서 생긴 일 같다. 누군가와 친해지면 다른 누군가와는 멀어지는 '친한 친구 총량의 법칙'이라고 있는 것인가. 나는 이미 다 겪은 일들이라 '시간이 지나고 보니 친구가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은 한다. 하지만 딸도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알게 될 사실이다.


딸이 학교에 가기 싫다고 했을 때만 해도 공부 안 해도 좋으니 친구 생겨서 매일 놀러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시간이 지나 친구가 생기고 주말에도 5시간 이상을 나가 있는 딸을 보니 친구 만나는 시간을 좀 줄이고 공부 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 마음은 이렇게 간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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