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화장실에서, 손을 씻은 후에 손가락 끝까지 활짝 펼쳐 물기를 탁탁 털어내면 옆에 있는 이들에게 튀기 마련이다. 그렇게 손을 터는 이의 옆에 서 있다 보면 물방울이 맨살 어딘가에 닿는다. 무심코 옆에 서 있다가 갑자기 차가운 방울들이 튀어 묻으면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경험이 많다. 그래서 내가 손을 씻고 난 후에는 물을 끈 세면기 안에서 적당히 손을 털고 움직이는 편이다. 늘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종종 깨닫고는 하지만. 그리고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그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는 바쁜 사람이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이 일 저 일 늘 할 일이 많았다. 날마다 머릿속으로 오늘의 할 일과 내일의 할 일을 정해놓는지, 언제나
"나 바빠"
가 말 끝이나 말 시작할 때 먼저 나오곤 했다. 이 세상에 바쁜 이가 당신 뿐인가 싶을 정도로 저 말을 자주 쓰곤 했다.
그렇게 바쁜 사람이어서인지, 그는 서둘러 움직이는 경향이 있었다. 티 나게 서두르는 경향이 있는 사람을 별로라 하는 내가 느끼기엔 매사 부산스럽다 싶게 움직이곤 했다. 그리고 나란히 서서 부엌일을 할 때마다, 그는 물일을 마치고 탁탁 손을 털며 옆에 서 있는 내게 물을 튀기곤 했다. 아주 크게 기분이 상하는 건 아니었지만, 뒤돌아서면서 동시에 물기를 털어내느라 손을 활기차게 움직이는 그에게
"엄마! 또!"
라고 내게 물이 튀었다는 사실을 알리면 그는 미안, 하다고 말은 했으나,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곤 했다.
모녀 사이의 이런 상황은 실은 언제나 부지런히, 무언가 서두르며 움직이는 그와 그렇게까지 할 일이 세상에 무어 있나 생각하는 딸 사이의 일종의 신경전 같은 것이기도 했어서. 따로 지낼 때야 그가 자신의 일을 서두르든 말든 상관할 일이 없지만 나와 함께 있을 때 그가 부산스럽게 움직인다 싶으면 나는 일부러 천천히 움직이며 그가 재바르게 행동한 결과로 나타나는 소음이나 저런 물 튀김 같은 일을 들어 노골적으로 싫은 내색을 하곤 했다.
서두르지 말고 정확하게, 그렇다고 전체적으로 늦지도 않게 일을 마칠 수도 있구만 꼭 저렇게 부산하게 움직인다고 속으로도 궁시렁거리곤 했는데. 나 역시 수선스럽거나 불필요하게 서두르는 경향이 제법 있어서, 특히나 재빨리 움직이느라 멍이 잘 들고 그릇을 잘 깨트렸던 그이처럼 어딘가 부딪히거나 무언가 떨어트리는 날이면, 아픈 데를 문지르며, 깨진 그릇 조각들을 주우며, 이건 영, 엄마 모습이구나, 혼자서 생각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