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고백
잠결에 전화벨이 울렸다.
남편의 목소리였다.
한밤중인 줄 알았는데,
창밖은 이미 아침빛이 번지고 있었다.
늘 여섯 시면 눈을 뜨던 내가,
깊은 잠에 묶여 있었다.
어젯밤, 아들이 건넨 하얀 알약 하나.
새벽이면 자꾸 눈을 뜨는 나를 위해,
노인도 깊이 자야 한다며 권했었지
정성이 고마워 받아먹었지.
그 알약이 내 몸속에서 파도처럼 번져
나를 긴 잠으로 끌어내린 모양이다.
아들은 말했다.
잠이 보약이라고.
옛 어른들이 쓰던 말을 한다.
제일 약한 거라 했지만,
내 몸에는 작은 물방울이 아니라
큰 바위처럼 내려앉아 있었다.
병원에는 이보다 열 배나 되는 약을 삼키며
밤을 건너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나는 그 말에 잠시 숨을 고르며 생각했다.
잠이란,
억지로 끌어안아야 하는 삶인가.
아니면 삶을 건너가기 위한 은밀한 다리인가.
오늘의 햇살이 내 눈꺼풀을 열어주었지만,
내 몸은 여전히 낯선 물결 속에서 허우적이고 있었다.
잠은 깊었으나, 깨어남은 깊지 않았다.
약으로 빚은 잠은 꿈조차 담지 못한 채,
하루를 서성이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