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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내리고

서툰 고백

by 복덕


아침에 사랑이 산책시키고

맨발 걷기를 하기 위해

사랑이 목줄을 잡고

100미터쯤 뛰었다.

숨이 가쁠 정도 뛰어 줘야

건강에 좋다고 했다.


헐떡거리면서 뛰어오니까

맨발 걷기 하던 안면 있는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쳐다보기만 한다.

이런 적당한 무관심이 좋다.

그리고 몇 바퀴 맨발 걷기를 했다.


딸과 함께 남편이 있는 요양병원을 찾았다.

내일 수술을 위해 입원해야 하기에,

오늘은 셋이서 점심을 먹으려 했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자,

은퇴하신 목사님이 오셨다고 한다.

언제나 그렇듯,

셋만의 오붓한 자리는 쉽지 않다.


종교가 다른데도

안수기도를 해 주신다 했다.

“신은 다 통하겠지”

하는 생각이 스친다.

목사님을 친구로 둔 덕분에

남편은 스스로 기도의 길을 열어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서로 다른 믿음을 품은 사람들이

한 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다.

숟가락 소리 사이로

깊은숨과 웃음이 섞인다.


창밖에서는

때때로 장대비가 쏟아졌다가

금세 멎는다.

비의 숨결이 흘러내리듯,

삶도 잠시 흔들리다 다시 고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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