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영장에서 별 일을 다 겪어 본다 진짜
"여보, 왜 수영강사가 반말을 할까?
회원 대부분은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것 같은데..."
수영을 배운지 한 달이 지날 무렵 남편에게 말했어요.
"그래? 반말을 해?
난 수영을 20년 배웠어도 반말을 하는 강사를 만나 본 적이 없는데..."
이상했어요.
수영강사님이 왜 반말을 할까...
그런 거 아시죠?
반말하다가 은근히 존댓말 한두 번 하는 거요.
전 그게 싫더라고요.
처음부터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전 왕초보라 다른 강사님이 어떤지 몰랐거든요.
아, 맞다. 한 분 더 알아요.
바로 옆 레일의 중급반 선생님이요.
그분은 늘 팔짱을 끼고 레일 끝에 기대 서서 소리를 질렀어요.
그래서 수영 강사님들은 다 저런가 보다 생각했었죠.
사실 20대 초반에 수영 강습을 받았었는데
너무 까마득해서 수영강사님이 어떠셨는지 기억이 안 나요.
초급반 수영강사는
나이가 20대 후반인 것 같았어요.
대학원 졸업반인 것 같았고, 취준생이라고 했습니다.
강사님은
반말 섞인 존댓말뿐만 아니라 말투도 좀 불친절했어요.
대부분 지적을 자주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 왕초보인 제가 얼마나 수영 시간이 버거웠겠어요.
안 그래도 잘 안되어서 속상한데 강사님께서 자꾸 지적을 하시니까요.
심지어 왕초보인 저는 지적하는 내용이 이해가 잘 안 갔어요.
"몸을 물에 뜬 상태로 수영을 해야지."
강사님, 몸이 안 떠지니깐 이렇게 하고 있는 거 아니겠어요.ㅜㅜ
그래서 하루는 용기를 내어 여쭤봤어요.
"몸은 어떻게 띄우는 거예요?"
"몸이 수평이 되게 해야지."
아니, 누가 그걸 모르냐고요.
수평을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니깐 여쭤보는 거잖아요.ㅠ
어느 날, 저에게 다가오더니
"발차기 이렇게 하는 거 아니야."
하면서 자기 발을 들더니 제 쪼인트를 까더라고요.
순간 너무 당황해서 말도 안 나오고
너무 창피했습니다.
'뭐지, 설마 나 때린 건가.'
'에이 아닐 거야. 설마 회원을 때리겠어?
발을 들었는데 실수로 내가 맞은 거 아닐까.'
이런 생각을 잠깐 했던 것도 같아요.
그날은
수영을 하는 내내 기분이 안 좋았습니다.
수영을 끝내고 나오는데 화가 났습니다.
'아니, 자기가 수영강사면 강사지
왜 때리고 난리야.'
눈물이 나오려는 걸 참았어요.
내가 마흔 가까이 되어서
수영을 배우겠다고 새벽부터 왜 이러고 있나 싶은 게 속상하더라고요.
터벅터벅,
느릿느릿한 발걸음으로
직장까지 조금 걸었더니 그나마 기분이 살짝 나아졌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수영장에서 50분 동안 나에게 떵떵거릴 수 있겠지만,
지상으로 올라오면 얘기가 달라질걸.'
이런 생각을 했더니 기분이 조금 풀리더군요.ㅎㅎ
수영이 안되어서 속상한 것도 있지만
강사님 덕분에 속상했던 건 안 비밀입니다.
그래도 버티면서 수영을 배웠습니다.
잘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강사님께서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이유는 다음 편에 이어서 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