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민트>를 읽고
코로나19가 시작된 후, 처음에는 그냥 '이게 뭐지?' 싶었고, 학교도 멈추고 모두가 집에만 있었으니까 방학이 길어진 기분이었지만, 조금 지나면서는 불안했다. 그때 우리의 세상이 많이 달라진 건 확실하다.
<페퍼민트>에서 프록시모라는 바이러스 때문에 시안이의 엄마가 식물인간이 된다. 페퍼민트는 과거 엄마가 좋아했던 차다. 시안이는 엄마를 깨우기 위해 페퍼민트 냄새가 나게 하고, 책을 좋아하는 엄마에게 책을 읽어주고 결말을 안 알려주기도 한다. 책의 결말이 궁굼해져서 일어나도록.
줄거리
시안의 엄마는 바이러스 프록시모에 감염된 후 식물인간이 된다. 반면, 해원의 가족은 이 바이러스의 시초로 지목되어 사회적 비난을 받고, 평범한 삶을 잃는다. 해원은 과거를 숨기기 위해 이름을 '지원'으로 바꾸고 조용히 살려한다.
어린 시절 친구였던 시안과 해원은 몇 년 후 다시 만나지만, 시안은 해원을 차갑게 대한다. 시안은 엄마를 간병하느라 공부와 친구, 미래를 모두 포기한 채 살아간다.
어느 날, 시안은 해원을 집으로 데려가 식물인간 상태의 엄마를 보여준다. 충격을 받은 해원에게 시안은 하루 동안 간병을 도와달라고 부탁하며, 힘든 일을 맡긴다. 시안은 자신의 고통을 해원도 알게 되길 바랐던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시안은 해원에게 엄마의 산소 호흡기를 꺼달라고 부탁한다.
간병
"나는 엄마의 유일한 딸이라서 모든 마음을 다 받고 자랐다. 염려, 걱정, 사랑. 엄마를 사랑하면서 엄마 곁에서 보내는 시간을 낭비로 여긴다는 게 미안하다. 엄마는 나를 키우는 동안 자신의 삶이 낭비되고 있다고 생각한 적 있을까. 울음소리를 들으면 잠을 설칠 때, 기저귀를 갈 때, 우유를 먹일 때."
나는 간병을 해본 적이 없지만 시안의 이야기를 보며 얼마나 힘들지 느낄 수 있었다.
간병은 처음엔 사랑에서 시작된다. 가족이니까,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친다. 시안이는 만약 자신이 딱 1년 동안 엄마를 간병해야 한다면 잘 간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언제 끝날 줄 모르기에 힘들다.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일상을 살아가는데, 한 곳에 묶여 있다는 느낌도 있다.
"너무 슬펴하지 마. 모두 결국에는 누군가를 간병하게 돼. 한평생 혼자 살지 않는 이상, 결국 누구 한 명은 우리 손으로 돌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야. 우리도 누군가의 간병을 받게 될 거야. 사람은 다 늙고, 늙으면 아프니까. 스스로 자기를 지키지 못하게 되니까. 너는 조금 일찍 하게 된 거라고 생각해 봐"
선생님이 하는 말이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도 생각나게 하는 문구다. 선생님의 아들은 운동선수였는데 다쳐서 목 아래로 움직이지 못한다. 평생 자식을 간병해야 하지만 희망을 가지러 노력하는 것 같다.
엄마가 식물인간이라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죄책감을 느끼거나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안은 그렇지 못했다. 엄마의 모든 것이 중심이 된 일상 속에서, 자신의 삶을 살 여유가 없었다. 시안은 고3이지만 공부는커녕 미래를 준비할 시간조차 없었다. 그저 엄마를 간병하는 데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시안이도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미래를 준비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만약 내가 식물인간이 되어도 나는 누구도 나를 위해 자신의 삶을 전부 포기하고 살아가길 바라지 않는다.
책임
코로나19 시절이 생각났다.
세상에는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바이러스가 퍼진 건 해원의 가족 탓이라기보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재앙이었다. 책임이라는 건 꼭 누군가에게만 전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물론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 해원이의 가족이 병원에서 진단을 받는 대신 그냥 회사에 가서 바이러스가 퍼지게 되었다. 그래도 모든 비난을 감내해야 할 이유는 없다.
해원의 가족이 무책임하게 도망치듯 살아가는 모습은 시안에게 상처가 됐다. 그러나 해원이의 엄마는 시안의 엄마의 병원비를 많이 챙겨줬다 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해원 가족의 몫일까? 난 해원의 가족은 충분히 고통받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삶을 회복하고 다시 살아갈 기회를 줘야 한다. 그래도 병원비를 많이 줬다는 이유로 시안이네 가족에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으려는 모습은 이해가 되면서도 불편하다.
결말
시안이 해원이에게 산소통을 꺼달라고 한 이유는 포기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6년 동안 엄마를 간병하며 느꼈던 끝없는 고통과 절망이 쌓이고 쌓여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해원에게 그런 부탁을 한 이유도 복잡하다. 한편으론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선택을 누군가 대신해 주길 바랐을 수도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론 해원이에게 자신의 고통을 온전히 보여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시안이 해원이와 재회했을 때, 시안은 억눌러왔던 분노와 슬픔이 터져 나왔다. 그래서 산소통을 꺼달라고 부탁을 했다. 둘은 결국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 자발적 이별도 성장의 과정이다. 과거를 직면했고, 이제 벗어나려 하는 것이다.
이 글을 쓰기 전에 쓴 간략한 영어 독후감:
It’s the most depressing book I've ever met but it's somewhat comforting and strangely hopeful.
Sian's mom has been in a vegetarian state for 6 years because of a new virus. And Haewon's family happens to be the start of that virus so Haewon's family was socially criticized a lot, lost their jobs, got bullied etc.
These two were childhood friends and about 6 years after that virus incident, they meet again. Sian is really bitter to Haewon which is understandable. The novel show the pain of nursing a sick person in detail. One day Sian brings Haewon to her home and shows her mom. Haewon is shocked because she didn't know Sian's mom was in this state. And Sian says help me with the nursing for a day. Sian made her do a lot of hard work. Sian was harsh on Haewon. She didn't want to, but a part of her wanted to show Haewon what's she has gone through every single day for the past 6 years.
But then Sian asks Haewon to turn off the oxygen tank that's connected to her mom. To kill her mom. And then all the drama happens. Long story short, in the end Haewon stops Sian's dad from killing Sian's mom.
Amazing book. The author didn't cower from describing that complex, somewhat horrifying and dirty emo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