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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더 Nov 07. 2024

EP078. 할로윈 코스튬 심사하기

¿Concurso de Arte의 결과는?

2024.10.30. (수)


 오랜만에 도시 반대편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했다. 사무실 아래층에서 근무하는 동료가 오늘 할로윈 코스튬 행사를 하는데 와서 심사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너무 회사도 안 오고 프로젝트도 시작 안 하고 있으니까 신경 써준 것 같아 고맙다. 그렇지만 역시 고요한 우리 층에서 스페인어 수업을 듣는 것이 오늘도 쉽지 않았다. 특히나 오늘은 장단점을 표현하는 것을 배웠는데 그 조용한 곳에서 더듬더듬 스페인어로 내 장점은 책임감이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정리를 좀 못한다는 것이고.. 이러고 있으려니 좀 부끄러웠다.


 탕비실로 가는 길에 슈퍼바이저와 마주쳐서 면담을 하게 되었다. 계약서를 주고받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그럴 줄 알았어요, 그냥 제 스페인어 과제나 도와주시죠! 당신의.. 장점은.. 무엇? 단점은.. 무엇..? 하며 스페인어 인터뷰 과제를 위해 직속 상사의 단점을 물어보는 한국인이 되었다. 그렇지만 허허 웃으며 에스더 스페인어가 많이 늘었구나~해주시던 좋은 분. 요즘 코딩을 하고 있다고 화면을 보여주시는데 나는 여기 와서 프로젝트 시작을 너무 안 해서 코딩을 안 해 다 잊어버려 이제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하니 아자잣해 주셨다.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수업을 10분 정도 일찍 마치고 내려가 행사에 참여했다. 마지막까지도 꼭 오늘은 영어 쓰지 말고 스페인어로 대화하고 오렴!하던 선생님의 말을 받들어 스페인어로 대화했더니 모두들 아이고 에스더 잘한다! 잘한다! 해줬다. 할로윈 코스튬은 각 팀 별로 준비해 왔는데 검색 플랫폼, 백설공주, 그냥 무서운 것, 인사이드아웃, 마트 브랜드 등의 컨셉이 있었다. 다들 코스튬 말고도 짧은 대사들을 준비해 왔는데 특히 인사이드 아웃 팀이 준비해 온 연극을 보면서 와.. 스페인어 정말 잘한다~감탄이 나왔다. 그리고 피자를 먹으면서 다른 심사위원들과 어떤 팀을 선정할지 이야기했다.


 만장일치로 인사이드 아웃 팀을 1위로 선정하고 앞으로 나가 결과를 발표하는데 갑자기 심사위원들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그러라 내 차례가 되어 yo también? 나도?? 하니까 영어로 해도 돼! 해서 정말.. 즐겁다.. 멋지다.. 한 뒤에 그래서 수상팀은 어디인가요! 두구두구 하다가 갑자기 나한테 발표하라고 한 것.. 분명 방금 피자 먹으면서 내가 인사이드아웃은 스페인어로 어떻게 말하는지 물어봤는데 고 사이에 단어를 까먹어버린 것.. 그래서 멋없게도 눈알만 굴리다.. 이.. 인.. 사이드 아웃!!! 해버린 것.. 나중에 자리로 돌아와 찾아보니 Intensamente라고 한다. 아 어렵잖아요~


 그리고 어쩌다 보니 오늘 지난 9월 제출했던 Concurso de Arte의 수상작들을 발표하는 행사를 했다. 당당히 현장 참석으로 신청해 제출했는데 생각해 보니 중남미+미국 임직원 대상이었으니 당연히 미국 본사에서 진행되는 행사였다. 화상으로 지켜보는데 아쉽게도 수상은 하지 못하였다. 그렇지만 건너편에 앉아있는 동료의 아이가 그린 그림이 수상작에 올랐다. ~어디에 있나요? 하는데 동료가 여기요! 코스타리카에 있습니다! 했다. 가장 많은 작품을 제출한 나라도 수상했는데 특이하게도 옆 나라 파나마였다. 당연히 좀 더 큰 나라에서 받을 줄 알았는데 파나마 country office 분위기가 좋나 보다. 파나마에 파견되어 있는 한국인 동료분 이야기만 들어도 그런 것 같다.


 출근하면 사무실에서 하루 알차게 보내는 것까지는 좋은데 역시 집까지 오는 길이 정말 어지럽다. 막히지 않는 시간에 우버 타면 한 15분이면 오는데 오늘도 역시나 한 시간 하고도 반이 더 걸렸다. 5시에 회사에서 출발해서 오늘 저녁 7시에 헬스장에 도착해 그룹 수업을 듣는 게 목표였는데 마지막에 버스가 너무 막혀 도저히 집에 들러 운동화를 챙겨 나올 시간이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중간에 내려서 집까지 달려서 신발만 챙겨서 또 헬스장까지 달려왔다.


  그렇게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손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중 교수님께서 며칠 전 작성했던 나의 메일에 회신을 주셨다. 11월 1일 대학원 홈커밍 데이 때 동기 언니오빠들이 대부분 참석한다길래 나만 없으면 교수님께서 의아해하실 것 같아 뒤늦게 이직 소식과 함께 출국 소식을 전해드렸는데 결국 언니 오빠 아무도 안 간 엔딩.. 답장을 받고 나서야 내가 마치 영영 한국을 떠난 것 같이 메일을 작성해 전달드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곧 갑니다,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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