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도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고 싶은 나
중학생이 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변화는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영재원, 육상 대회, KMO 같은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제 시야는 점점 넓어졌습니다.
영재원에 갈 때마다 새로운 배움의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통계를 배우거나 물리학, 기하학을 접할 때마다 제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습니다. 모두 제가 몰랐던 것들이었고, 그 신기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저는 막연히 ‘이 정도 지식이라면 뭔가를 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품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집에서는 혼자 2의 배수, 3의 배수를 나열하며 규칙을 찾거나, 기하학적 관점에서 사물들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건축에도 흥미를 느끼며 건축 박람회에 방문하거나 설계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자연스레 저만의 집을 짓고 싶다는 꿈이 생겼고, 언젠간 이루리라 생각하며 아직까지도 설계도와 구상도를 그리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복잡한 논리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무척 즐겼습니다. 전 유독 "증명"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이거는 이거야, 이것보다는 이러이러한 이유가 있으니 이거일 수밖에 없고 이러니깐 이거야. 이 문장 더 좋았습니다.
그 시절, 처음으로 스스로 돈을 모아 산 책은 본가에 아직도 남아 있는 바이러스학입니다. 책 속의 낯선 영어 용어들을 하나씩 컴퓨터로 찾아가며 공부했습니다. 어떤 단어를 이해하기 위해 다른 개념을 찾아보고, 그 개념을 또 풀어내며 지식을 깊이 쌓아갔습니다. 아직까지도 한 분야에 대해 많은 지식이나 정점을 찍으신 분들을 존경하기에 저 또한 그리되리라 생각했습니다.
운동도 좋았지만, 공부는 제게 더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누나가 풀던 기하와 벡터, 미적분 1, 2를 몰래 꺼내 보며 수식을 이해하고 문제를 풀며 수학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짜릿함은 저를 긍정적으로 중독시켰습니다. 그리고 어려웠던 문제는 공책에 옮겨 적어 다음날 학교에 가서 열심히 생각을 하며 풀기를 노력했습니다.
당시 저는 휴대폰이 없었기에 버스나 지하철에서 시간을 보낼 때면 주로 스도쿠를 풀며 논리적 사고력을 키웠습니다. 머릿속으로 숫자를 가정해 보고 지우는 과정을 반복하며 제 자신을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은 모두 똑똑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가끔씩 ‘무엇을 위해 그렇게 공부하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부모님이 시켜서 공부하게 되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말이 늘 의아했습니다. 목표나 목적이 없는 발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게 물으면 다들 ‘돈이나 권력을 얻기 위해서’라고 대답했죠.
그 시점부터 제 신념은 점차 뚜렷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지식과 발전은 돈이나 권력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누군가를 돕고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데 쓰여야 한다.
비슷한 뜻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발명과 스터디에 매진하며 노력한 결과, 1년 후 저희는 발명대회에서 수상하고 프로젝트에서도 1등을 차지하며 여러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순위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이 의미 있는 결론에 도달했는가? 내가 많이 발전을 했는가? 내가 예측했던 범주 안에서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무엇보다 제 "발전" 이 중요했습니다.
중학생 시절, 저를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끌어 준 경험들은 지금까지도 저의 신념과 방향을 견고히 해주는 소중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초등학생 때 사귀었던 여자친구를 중학교 때까지 전 잊지 못하였습니다. 물론 중간에 다른 여자친구를 사귀어 보기도 했지만 유독 운동을 좋아했던 그 여자친구는 머릿속에 지금까지도 생각이 나곤 합니다. 중학생이 되어서 전 조금 이제 자신감도 붙고 어느 정도 어엿한 남자로 성장했다고 생각했기에 가끔 강당에서 운동을 하는 전여자친구(이하 A)를 보면 다시 다가갈까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주위에 여사친은 한 명도 없고 남자들만 있어서 문제였을까요? 매번 훈련받거나 수업시간에 친구들한테 고민을 물어보면 친구들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만 했었습니다.
그래도 전 그리웠습니다. 등교할 때나 쉬는 시간, 혹은 운동을 할 때, 급식시간에 보이는 A가 너무 그리웠습니다. 폰이 없어서 그 흔한 메시지나 카톡 이런 걸 하지도 못했지만 그냥 그전보다 더 잘 대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소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결국 어디서 헛바람이 불었을까요? 전 용기를 내서 몇 년 만에 다시 그녀에게 고백을 했습니다. 진짜 받아줄 거란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다시 받아줘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솔직히 안 받아주고 욕을 했어도 겸허히 받아들였을 텐데요.
그래도 전보단 꽤 발전했었습니다. 학교를 같이 등교하고 같이 하교하고 혹은 서로 집에 데려다주기도 하였습니다. 쉬는 시간에 같이 밖을 걷기도 하고 점심시간엔 같이 밥을 먹고 훈련도 가끔 빠지면서 나름의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그렇게 행복했던지 며칠이 지났을까요? 아니면 저의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인데 무엇인가가 바뀐 걸까요? 왜 다시 전 A에게 소홀해지며 왜 다시 사랑보다는 저의 발전에 미쳤을까요? 전 지금까지도 발전과 연애를 동시에 가져가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진짜 아끼고 사랑하고 결혼까지 가고 싶은 여자친구일지라도 전 저를 끊임없이 성장시켜 가기를 원하거든요. 그러면 매번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습니다.
"그럴 거면 나랑 사귀지 말고 공부랑 결혼해, 왜 사귀어?" 여기에 매번 대답을 하지도 못했습니다. 저도 알았거든요 아직도 연애와 발전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저울질은 상당히 나쁘다는 것을. 분명 연애 따로 공부 따로 하는 게 맞았지만 전 그거를 왜 동일시했을까요? 발전할 땐 발전하고 연애할 땐 연애하고, 이게 너무나도 어려웠습니다.
제가 중요한 육상 대회를 앞두고 저희 학교는 영어마을을 갔었습니다. 3박 4일인가 2박 3일인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기회를 통해 전 여자친구와의 사이를 회복하고자 생각을 했었습니다. 수학여행 같은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며 많이 데이트를 하려고 했습니다. 진짜 제가 운이 없긴 한가 봅니다. 하필 영어마을에 놀러 갈 때 육상대회 시기가 딱 물렸습니다.
하루는 영어마을에서 놀아도 되지만 이튿날부터는 대회에 참가하러 스타디움으로 옮겨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저걸 알고 있었기에 영어마을에 놀러 가서는 여자친구한테 이것저것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고 같이 놀고 수업 때도 장난도치며 저녁 먹고 많이 놀았습니다.
그렇게 다음날 아침이 되었습니다. 이제 곧 떠나야 했기에 친구들과 아침을 일찍 먹고 스파이크와 옷 그리고 싸왔던 짐을 챙긴 후 강당에 모여있었습니다. 떠나기 전 강당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며 대기를 하던 중 A와 A의 룸메이트들이 올라왔었습니다. 그때 A의 친구가 A가 저한테 할 말이 있다고 말해줬습니다. 그때 싸함을 느꼈습니다. 즐겁게 대회 이야기를 하고 있던 친구들도 갑자기 숙연해지더니 다들 저랑 같은 생각이었나 봅니다.
아마 모두들 "헤어짐"을 생각했을 겁니다.
A의 친구를 따라 강당문을 열고 맨 끝 조용한 공간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그녀를 봤던 반했던 것처럼, 그녀는 창문에서 햇빛을 쐬고 있었습니다. 이뻤습니다. 친구는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고 전 여자친구와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분위기는 차가웠고 여자친구는 울면서 말했습니다. 더 많은 사랑과 전과는 다른 연애 그리고 행복하기를 바랐다고 합니다. 10분 대화하였지만 진짜 10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달래줄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마음 아파할 뿐이었습니다. 대화 끝으로 여자친구는 그래도 대회 가서 우승하고 오란 말을 하였습니다.
속상하고 우울했지만 한 팀의 리더로서 헤어짐은 헤어졌으니 일단 잊고 대회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팀들과 스타디움으로 출발했습니다. 길었던 대회가 끝나고 좋은 성적을 거둔 후 학교에 돌아왔을 때 들었지만 그동안 제 여자친구가 계속 울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역시 인연은 다시 와도 똑같은 실수로 헤어지는 걸까요?
오늘은 아쉽게 작성하지 못했던 한자에 대하여 작성해 볼까 합니다. 전 초등학교 5학년때 한자 2급을 땄습니다. 제 친가가 예의를 중시 여기면서 한자를 주로 사용하기도 했었고 한자라는 걸 되게 중요시 여겨서 배우기 시작했었습니다. 8급부터 시작해서 7급 6급 5급 4급때 잠시 어렵다고 생각했었고 3급 그리고 2급까지 금방 땄습니다. 재밌었습니다. 사자성어 그리고 문맥, 그리고 무엇보다 한글과 다르게 신기하게 생기면서 한 글자에 다양한 뜻이 내포되어 있다는 게 무엇보다 신기했습니다. 훗날 제 고등학생 때 이 한자가 진짜 국어 능력에 있어서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진짜 뭐든지 배워두면 좋다는 게 괜히 있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날씨가 벌써 많이 추워진 것 같습니다. 다들 따뜻하게 입으시고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 준비 이쁘게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