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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쓰는 육아대디 Jul 22. 2024

원하는 것만 듣는 아이

가끔은 저 순수한 모습이 부럽기도 하다

요즘 한참 아이의 배변훈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저귀 대신 팬티를 입히고 화장실을 다녀오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후다닥 변기로 달려가곤 합니다.


얼마 전 팬티를 입고 자겠다는 아이를 아내가 재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기저귀가 아닌 팬티를 입고 자는게 걱정됐는지 한마디 하더군요.


"이불에 쉬하면 어떻게 하지?"


아무래도 배변훈련 책에서 봤던 내용을 기억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러자 아내가 아이를 달래듯이 이야기했습니다.


"괜찮아! 엄마도 어렸을 때 이불에 쉬 했었어~"


여기까지만 들으면 그냥 팬티를 입고 자는 아이와 달래는 아내의 대화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지적하듯이 말하더군요.


"안돼~ 엄마! 변기에 쉬해야지. 왜 이불에 했어~~"


이 대답을 들은 저와 아내는 한참을 웃었습니다. 어렸을 때라는 말보단 엄마도 그랬었다라는 부분을 더 크고 중요하게 받아드린 아이의 모습이었습니다. 아이한테는 그 순간엔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내용이었던 것이죠.


아이를 키우다보면 앞뒤 맥락을 생략된 채 원하는 말만 듣는 모습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언제까지만 티비를 보기로 했는데 '언제'가 중요하지 않고 '티비를 본다'가 더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언제'를 잊고 계속 보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끔은 저런 순수한 모습이 참 부럽기도합니다. 원하는 것만 듣다보니 스트레스가 없는 것이죠. 하지만, 어른이 되면 원하지 않는 것도 들어야하는 상황들이 참 많습니다. 일적으로든 사람 관계에서든 말이죠.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언젠가 딱 한 시간 정도만 내가 듣고 싶은 음악, 내가 걷고 싶은 길, 내가 함께 하고 싶은 사람. 원하는 것만 들을 수 있는 순수함의 시간을 가져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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