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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쓰는 육아대디 Jun 02. 2024

한 달에 50만원, 하루에 50만원

극과 극

서울 본사에서 교육을 받고 정말 아무것도 일이 없는 주말을 선물받았습니다. 이때를 맞춰 아내와 아이를 서울로 초대해서 서울 구경도 시켜주고자, 그리고 아내의 생일이기도 해서 미리 계획을 잡아놨습니다. 하루에 50만원짜리 좋은 호텔을 예약했습니다.


근사한 야외 수영장에 화려한 조식 뷔페가 있는 곳입니다. 푹신한 햐얀색 침구와 넓은 욕실까지. 여기에 서울 야경이 그대로 보이는 숙소뷰는 덤입니다.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 보들보들 거리는 침구를 그대로 느끼면서 아직 잠들어있는 아이와 아내의 모습을 보고 있었습니다. 가족이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됐습니다.


한순간의 꿈 같았던 1박 2일을 보내고 아내와 아이를 기차역에서 마중했습니다. 기차 안쪽이 잘 보이지 않는는 거울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잘 앉아서 가고 있는지, 아이는 아빠를 찾진 않는지, 잘 도착해서 무사히 집까지 가련지. 별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그렇게 아내와 아이를 보내고 본사 근처에 얻은 작은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생각해보니 이 작은 방 한 달 월세가 50만원입니다. 작은 책상하나, 딱딱한 침대, 환기가 잘 되지 않는 화장실. 불편하지만 며칠은 더 있어야합니다. 그 며칠이 심적으로는 그 어느때보다 꽤나 길게 느껴질듯합니다.


하루에 50만원짜리 숙소에서 가족과 함께 머물다 한 달에 50만원인 이 작은 방에 있자니 참 별 생각이 머릿 속을 채웁니다. 아내와 함께 또 한번 다짐해봅니다. 1년에 하루쯤은 이런 숙소에서 온전히 가족들만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기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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