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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쓰는 육아대디 Jul 03. 2024

아빠 싫어!

소심한 아빠의 마음 상처

이직을 하고 난 뒤 출퇴근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기존에는 1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가 지금은 1시간 정도 걸리게 됐죠. 더 나은 기회,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런데 가족과 보내는 시간. 특히,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급격하게 줄어들었습니다. 종종 아침에 등원을 시켜주기도 했고, 아무리 못해도 아침에 얼굴보고 인사하고 출근하는게 일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직을 하고나선 차가 막히는 시간을 피하기 위해 일찍 나서다보니 한참 자고 있는 아이의 모습만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나옵니다. 퇴근하면 아이가 잠들기 전까지 많아야 2시간 남짓이죠.


아이도 저와 보내는 시간이 줄어든 것을 아는지 저랑 놀다보면 엄마를 찾습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느낌상 더 엄마만 찾게 되는 것 같더군요.


"아빠 싫어! 저리가!"


그러다가 종종 아이가 이런 말을 합니다. 하루 24시간 중에 저랑 같이 있는 시간이 급격히 짧아진 탓인지 저와 노는 것을 거부하더군요. 매번 그러진 않지만 저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소심한 저는 마음의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더 나은 환경, 더 나은 기회를 만들고 제 스스로도 더 성장하기 위한 제 선택이 아이한테는 아빠와 멀어지는 상황이 된 것일까요. 시간이 지나서 서로가 이런 시간이 익숙해지고 또 지역을 옮기게 되면 다시 가까워지겠죠. 하지만, 아이의 이런 마음을 엿보고 나면 가끔 제가 한 선택이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주말이 오면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참 소중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평일에 퇴근하고 나서도 아이와 함께, 아내와 함께 동네 산책이라도 하면 그 짧은 시간이 참 강렬하게 제 머릿 속에 남습니다.


아이가 크면 부모와 멀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지만, 아직은 저와 제 아이 사이에 있는 간격을 넓히고 싶지는 않습니다. 훗날 간격이 자연스럽게 생기더라도 언제나 옆에 있어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같이 나눌 수 있는 아빠. 아이가 오늘 참 힘들었다며 맛있는 것을 사달라고 조를 수 있는 아빠. 그런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오늘 이 간격을 어떻게 채워야하나 고민이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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