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소풍날이면 꼭 꽃김밥을 싸주셨다.
재료 하나하나 김에 싸고 또 싸서
손이 많이 가는 꽃 모양 김밥이었다.
엄마가 없어도 도시락은 빠지면 안 된다며,
정성스럽게 준비해 주셨다.
나는 그런 도시락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바빴고,
친구들도 순수하게 부러워하곤 했다.
어느 날, 한 친구가 내게 털어놓았다.
엄마가 김밥을 못 싸서 소풍날이 싫다고.
그 말이 마음에 남아,
다음 소풍날을 앞두고 아빠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그 친구가 도시락 때문에 속상해한다고.
그러자 아빠는
나의 친한 친구들 도시락까지 모두 싸주셨다.
나는 친구들 집으로 전화를 돌렸고,
소풍날 우리는 꽃김밥 도시락을 펼쳐놓고
환호성을 질렀다.
친구들은 아빠가 싸준 도시락을 맛있게 먹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괜히 더 기뻤다.
겨울이면 아빠는 친구들 목도리까지 손수 떠주셨다.
내가 어릴 땐 원피스도 만들어 입히셨고,
고등학교 때 방학이면,
우리 집에서 나와 친구들의 머리를
아빠가 직접 파마해 주던 날도 있었다.
아빠의 손길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았다.
지금도 아빠는 내 직장 동료들의 반찬까지 챙기신다.
그렇게 누군가를 챙기는 일엔 늘 한결같으시다.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나면, 그들은 여전히 아빠의 안부를 먼저 묻는다. 잘 지내시냐고, 건강하시냐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도 아빠를 닮아가고 있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작은 정성을 건네는 일이 자연스러워졌고, 누군가 힘들다고 하면 괜히 마음에 남고,
어딘가 허전해 보이는 사람을 보면 내가 뭘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살다 보니 알겠다.
다정함이 얼마나 큰 힘인지.
사람을 살게 하는 것도,
관계를 오래 지켜내는 것도 결국 다정함이라는 걸.
가볍게 여겨질 수도 있는 마음 하나가,
어떤 날엔 누구에게 큰 위로가 되고,
어떤 순간엔 나를 단단히 붙들어주기도 한다는 걸.
아빠에게 받은 다정함 덕분에
나는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볼 수 있게 되었고,
내 삶이 더 단단해졌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리고 그 다정함의 시작이,
늘 한결같이 내 곁을 지켜준 아빠였다는 것도.
아빠는 나에게 아빠라는 존재를 넘어서,
인간으로서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이다.
어릴 적엔 그저 받기만 했던 다정함이,
이제는 내 삶 속에서 조금씩 타인에게 흘러가고 있다.
아빠처럼 다정하게, 그리고 단단하게 살아가고 싶다.
다정함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몸소 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