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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수집가의 하루

by 윤선

행복이란 게 대단할 줄 알았다.

근데 꼭 그렇진 않더라.

자세히 보면,

생각보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별거 아닌 순간에

툭, 하고 스친다.

나는 그 툭 하고 스치는 순간을

마음에 담기 위해 항상 노리고 있다.


그렇게 나는 하루에 열두 번도 더 행복한 사람이다.


편의점에서 호기심에

맛이나 볼까 집은 신상 간식이 너무 맛있을 때.

‘오, 이거 잘 골랐네. 아 행복해.'

그렇게 그 순간 하나 담아둔다.


머리가 깨지겠다 싶던 두통이

언제 그랬냐는 듯 스르르 가실 때,

'아, 이제 살겠다. 행복해.'

그것도 놓치지 않는다.


책장을 넘기다

눈에 쏙 들어오는 문장 하나.

딱 거기서 멈춰서 펜을 집어든다.

그리고 조용히 마음 한쪽에 적어 넣는다.

그 한 줄 덕분에 또 잠시 행복하다.


카페 문 열고 들어섰는데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고 있을 때

‘내 맞춤 환영곡이네.'

혼자 속으로 웃고, 또 하나의 행복을 담는다.


새로 산 옷이 나에게 딱 어울릴 때

거울 앞에서 괜히 한 번 더 돌아보고

‘이야 잘 샀다. 너무 맘에 들어!'

그 행복도 슬쩍 챙긴다.


그리고,

아빠가 맛있다고 건네주신 파인애플.

그냥 맛있기만 해도 좋은데

예쁘게 썰어져 있기까지 하면

괜히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 정성까지 조용히 나의 행복으로 담아둔다.


심지어,

강아지가 싸놓은 똥이

오늘따라 건강해 보이면

그 또한 나의 행복이다!


행복이 꼭 특별하고 커다랄 필요는 없다.

크고 벅찬 것도 좋지만

나는 작은 것들을 자주, 많이 모은다.

하루 끝에 돌아보면

내가 수집한 크고 작은 행복감들이 뒤섞여

내 마음 한가득 채운다.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나는 그냥 스쳐 지나치지 않는다.

툭, 툭,

보이면 주워 담고,

반드시 놓치지 않는다.


뭐, 어쩌다 보니

오늘도 잔뜩 주웠다.

행복 하나, 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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