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모두를 웃게 해
우리 강아지는 오늘도 거창한 일을 하지 않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얘는 태어나서 거창한 일을 해본 적이 별로 없다.
대부분의 시간은 자고, 먹고, 가끔 눈 마주치고, 눈 마주치면 간식 달라고 조르고,
간간히 이름을 부르면 꼬리나 쳐줄 뿐.
그런데 그 별거 아닌 것들 덕분에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웃는다.
물을 한 모금 마셔도
“아이구 잘 먹네 울 애기는 물도 잘 먹어!”
기지개 한 번 켜고 하품하면
“오구오구 하품했엉?? 아구 귀여웡”
내 옆을 지나가다가 슬쩍 꼬리 한 번 흔들어주면
“꼬리~!아이구 그르게 조아??”
정말 별거 아닌 걸로 칭찬을 하게 되고,
가끔은 그런 견생이 부럽다.
하지만 그렇게 부러운 마음도
몇 번 더 콩이에게 칭찬을 건네고 나면 싹 잊힌다.
이상하게도 칭찬을 받는 건 콩이인데,
기분이 좋아지는 건 언제나 나 쪽이다.
콩이가 뭐 대단히 이해하고 웃어주는 것도 아닌데,
그저 눈빛 하나로, 꼬리 한 번으로 나를 다 녹여버린다.
그러고 보면 콩이는 정말 나를 행복하게 해 주려고 태어난 존재 같다.
내가 너무 힘주고 살 때면 “그냥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라고 알려주고,
내가 뭔가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초조해할 때면
“봐, 난 아무것도 안 해도 너한테 매일 칭찬받잖아” 하고 웃어주는 존재.
이쯤 되면 진심으로 궁금해진다.
왜 사람한테는 이렇게 자주, 이렇게 쉽게 칭찬을 못 해주나.
사람에게는 뭘 그렇게 대단한 걸 해내야 “잘했어” 한 마디 나가고,
왜 그렇게 기준을 빡빡하게 두고 살아갈까.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해보면 어떨까 싶다.
별거 아닌 걸로 칭찬해 주기.
굳이 대단한 성취가 없어도, 그냥 존재 자체로.
오늘 피곤한데도 하루 잘 버틴 것만으로도,
"친구야 오늘 하루도 잘 살아냈구나 기특해!"
문득 내게 안부 한 번 건넨 것만으로도
“너 없으면 난 어쩌니” 하고 가볍게, 자주.
내가 강아지에게 매일 건네는 그 말들이
사람에게도 통하지 않을 이유는 없으니까.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오히려 우리는 더 자주 그런 말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누군가 내게, 별거 아닌 순간에
“그것도 잘했네”라고 말해준다면,
그 하루는 조금 더 가벼워질 테니까.
조금 더 힘이 날 테니까.
오늘도 나는 콩이에게 별거 아닌 걸로 칭찬하면서
콩이 덕분에 내가 더 행복해진다.
그리고 오늘은, 그 칭찬을 사람들에게도
조금씩 나눠볼 생각이다.
별거 아닌 일로 웃고, 별거 아닌 일로 고마워하고,
그러다 보면
서로가 조금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