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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하루, 무던한 행복

by 윤선

오늘도 집에 있었다.

사실 나는 휴일이면 집에 있는 일이 대부분이다.

누가 보면 내 주말은 매우 심심해 보일 거다.

실제로 재미없게 집에만 있냐고 묻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게 오늘도 내 휴일은

누구한테 말할 만한 일도 없고,

카메라를 켜서 남길 장면도 딱히 없었다.


근데 나는

이런 날이 제일 좋다.


아무 데도 가지 않았고, 누구도 만나지 않았고,

그렇다고 외롭지도 않았다.

창문 열면 바람이 살살 들어오고,

끼니마다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계절을 느꼈다.

그걸로 충분했다.


나한테는 집이

제일 편안하고, 제일 나다운 공간이다.

뭘 하지 않아도 괜찮은 공간.

말 안 해도 되는 공간.

그냥 숨 쉬고 있어도,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지는 곳.


어른이 되고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수록

요즘은 그런 하루가 얼마나 귀한지 안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하루가

사실은 제일 많은 걸 품고 있다는 걸.

무탈한 하루, 그거 정말 귀한 거다.


반짝이고 큰 행복을 좇을 때보다

그냥 ‘오늘도 괜찮았어’ 하고

고개 끄덕이는 밤이 더 단단하게 남는다.

별로 감사할 일 없어도, 기뻐서 벅찬 순간 없어도,

내가 다치지 않았고, 누굴 다치게 하지도 않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살다 보면 알게 되는 것이 있다.

하루 살아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버티고, 견디고, 쓸데없는 말 삼키고,

내 마음 어딘가를 조용히 다독이며

그렇게 무탈하게 하루를 마무리했다면,

그날은 잘 산 날이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무난했고, 조용했고, 따뜻했다.

딱히 새롭진 않았지만,

그만큼 마음이 놓였다.


그러니까 오늘도 괜찮았다.

그걸로 충분했다.

행복은 정말 거창한 게 아니다.

무던함이 쌓이면 그게 나의 행복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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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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