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함박눈이 오락가락 쉼을 가지며
흩날리니 종일이 되어도
눈가락은 모아지지 않는다
나의 꿈 모이 사랑방에 하나둘
녹아든 눈솜처럼 모여든다
콩 듬뿍 찰누룽지까지 껴안고
구수한 이야기 주머니 속 풀어 놓는데
사투리인가 방언일까
첨 듣는 말의 쌈 꼬신내가 난다
해가 있었을까
하루 내 움츠러든 마음들이
주름을 갖고 좀전의 눈발처럼
흐트러진다
오는 길이 되어서
어제 본 막내랑 안부해 보니
울먹인 목소리로
난 오빠랑 언니밖에 없어
쓰라린 음성을 뱉는다
날 만큼이나 시리고 축축하다
다들 이런 날 적적함을
끌어안고 있기에
내가 열을 발산하는데
수련 작가는 옮겼다
엄니의 김치쌈을
김치쌈 이럴 때 좋지 않겠는가
쥐이빨로 뜯어논 벽지처럼
흐리멍텅한 낼 아침이 아니기를
채반에 널어논 먹거리까지
볕하나 기다리고 있다
* 콩 듬뿍 박힌 찰누룽지 보쌈 되다. *
함박눈이 오락가락 하니 사람들 마음도 뒤숭숭한가 보다. 나의 사랑방 사무실에 콩 범벅 쫀득한 찰누룽지까지 싸가지고 와서 시골스런 얘길 두런두런하고 가자 하나둘씩 연이어들 온다. 과자부스러기 같은 소담을 나누고 짜부러진 늦저녁 집으로 향하면서 어제 본 막내동생한테까지 안부를 넣어보니 울먹거린다.
누룽지 덕에 저녁을 걸렀다니까 언니가 건강해야 한다며 밥 챙겨 먹으라는 부탁의 눈물로 울컥댄다.
따신이가 되어주려고 작은 체구 열렬히 입가의 미소를 주고 눈에 웃음을 실어주는데 부족타 부족타 소쩍새처럼 울어대는 것 아닌가.
낮에 기타 치는 모습이 에지있는 이웃 언니가 웃음 전도 하고 갔는데 눈발이 더디게 날려서 인가 칙칙한 모습들이다. 그러기에 밝은 태양은 역할이 중요하다. 말보다 엔돌핀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