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실개천에 개나리 물오르면

(12) 어른도 아이가 된다

by 블라썸도윤


[또아리 동아리] BAND ::

그 여인의 가슴앓이


인천 이영근 시인의 서사시를 본다.


https://band.us/band/84556315/post/1494


대머리 벗겨질라 볕이 좋다. 한들한들 옷차림이 어습잖은게 거리에 사람들은 칙칙한 날과 다르게 아주 밝다. 외투를 벗겨내는 건 바람이 아니라 더움이라고 했잖은가. 그래서 낯빛들도 그늘을 벗었다.


“날씨가 참 좋아요.” 하시면서 이진 시인과 만나봤으면 좋겠다고 연락을 주셨는데 오늘은 시간이 맞지 않았다. 대신에 전날 쓰셨다는 글 선물을 받았다.


이영근 시인은 70대 중반으로 아직도 50대 교수 앞에서 시 공부를 하신다. 애정이나 이별, 사랑 같은 일반인이 좋아하는 거 말고 작가들이 좋아하는 글을 써야 진짜 시라며 자주 윽박지르듯 대차게 혼내킴 받으며 쓰셨단다.


큰아들을 바다에 잃고 정신이 혼미 돼 오락가락 하던 어미는 막내를 업고서 매일 버스 정류장에 왔다 갔다 했다. 그러다 진눈깨비 내리던 날 진짜로 버스를 탔다.


어디로 갔을까?


작가의 의도는 이럴 것이다. 다시 돌아오기를...


아지랑이 꾸물대고 실개천에 개나리가 줄을 이어 피는 날, 고양이도 친구처럼 같이 앉아주던 의자 곁으로 막내 손잡고 다시 오기를 기다림 하며 어미의 애간장 타는 가슴을 서사시로 읊었다.


잃은 것이 많은 우리네. 특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녀를 아예 잃어버린 어미들 가슴에 봄을 한 움큼 먼저 주고 싶다. 그들의 저린 마음에 봄꽃을 안겨주고 싶다. 향내 진동하여라! 봄이 오듯!




keyword
이전 11화왕쌤이라고 불러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