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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 부침개

(23) 귀골스러운 됨됨이

by 블라썸도윤

막냇동생 성격이 유들유들해졌다. 본인 주장이 상당히 강했었는데 그래서 피해 다녔는데 날 데리고 인천 유지들 모임에도 인사 나누게 하고 좋은 자리엔 동석도 권해줘서 이쁘다고 해줬다. 50대 중반에 노(老)처녀이니 이쁘다고 해주면 듣기 좋다고 하고 이젠 같이 다니는 걸 좋아한다.


근데 요것이 지난주에 혼자서 가평 모임을 다녀왔다. 큰 의식이 아니면 나도 끼기로 했는데 저 혼자 가서 봄 쑥을 한 소쿠리는 캐왔다.


다듬지 않아도 되게끔 깔끔한 쑥을 내밀어 줘서 들쑥 날쑥을 전 부치려고 밀가루를 풀었다. 아침에 봄을 부치기 시작했다. 아직 봄을 먹어보지 않았는데 잘됐군.


호박 양파 숙주 쑥을 밀가루에 부쳐내니 봄이 한 쟁반 앉았다. 드리고 싶은 분들이 있다. 비록 사진상이지만.


태양이 슬개골 탈구 때 응원 주신 분들,

나를 구독하시며 응원 주시는 분들,

찐벗지기 작가님들,

아헤브 작가님의 보물 수술 회복 중인 기쁨이,

나도 사랑이다 작가님의 보물 기특한 이헌이,

그리고 청춘을 해외에서 십여년 넘게 보내신 열정적인 예삐아빠 작가님.


부침개를 부칠 때 생각이 나는 특별한 분들이다. 내가 글을 쓰는데 포기하지 않도록 힘을 주시는 분들 뒤집개에 부딪히는 자글자글 소리도 들려주고 싶다. 입맛 당길 수 있는 소리 지짐이 소리를 먼저 들려드리고 싶다.



사무실에 전을 들고 오는데 꽃비가 막 내린다. 오전엔 볕이 호듯호듯 좋았다. 살폿한 꽃잎 안마는 병아리 솜털을 하고 나를 먼저 건드려 준 후 땅을 짚었다.


올해는 요망한 날씨 탓에 제대로 멋을 부리지 못했던 벚꽃이어서 이 아이한테도 쑥 지짐 냄새를 특허로 내준다.


가만가만 벚꽃이 가는 소리가 안 나니 나는 콧바람으로 쑥 향을 묻힌다. 내년엔 까슬까슬 하지 않게 만개하라고.


쑥이 고개 내밀 때 쑤욱 하고 벚꽃도 으스대라고 바람결 귓속말을 해준다. 내년에는 제대로 봄을 맞이하고 싶기에 하늘 본국으로 돌아가는 벚꽃들에게 쑥에서 이런 냄새가 나는 것이니 이때 찬란하게 만나자고 약속했다.


벚꽃이 주는 건 설롐이 되기에 희망을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초들 작가님의 어머님도 봄꽃의 사부작거리는 소리에 중환에서 회복세를 보이셨다. 봄꽃의 화려함이 병환의 호전을 전하기도 한다.


봄 제대로 봄

봄 만나서 회복하는 봄

봄 활기가 일어나는 봄

봄 땅 위의 만물이 기운 있게 솟아나는 봄

꽃을 봄

봄 야밤엔 별 무리가 별꽃을 물어가는 봄


설마 봄 바람이 심술만 피다 가진 않겠지.

오늘 밤도 바람이 얄궂다.

꽃은 별을 펴 보이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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