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귀골스러운 됨됨이
(발견 1)
한 노인 부부가 길을 가는데 허리가 굽은 할머닌 노인 유모차에 의지하며 걷고 꼿꼿이 잘 걷는 남편 할아버지는 뒤에서 오다가 부인을 앞질러 간다. 얼굴에서 풍기는 고집 심술보 할아버지가 얄궂다.
실제로 내 남편은 살아생전에 ‘세상에 이런 일이’ 방송을 볼 때 부인이 남편 병간호를 해주면 채널을 고정하고 반대로 남편이 아내를 돌봐주는 장면이 나오면 얼른 리모컨을 든다. 이런 프로그램을 자주 방영했는데 아이들도 제 아빠한테 그랬다. “왜 남편이 부인 간호 하는 장면 나올 땐 보다가도 엄마 들어오면 다른 데로 돌리는 건데. 싫은겨. 못마땅한가 보네.”
- 할머니가 더 오래 사시게 되어 할머니 앞에 할아버지 몸이 성치 않으실 때가 오면 외면 하세요. 나 같으면 그럴 것이다.
(발견 2)
병원 처방전을 들고 덩치 좋은 딸내미와 힘없는 백발 아버지가 약국에 들렀다. 약이 나올 동안 딸내미는 아버지를 막 걷어찬다. “우리 엄마 고생시켜서 보내놓고 나를 이런데 델꼬 다녀. 엉?” 소리도 매섭다. 정강이를 몇 번 걷어차인 아버지는 이타 저타 말을 못 하고 가만히 서 있다.
- 난 이렇게 못해. 사람들 앞에서 당당한 그녀는 눈치 볼 것도 없었다. 하지만 나라면 자식이라서 그리 못할 것 같다. 초췌한 아버지를 보면 용서가 될 것 같다.
(발견 3)
사위네와 작은아이와 같이 대동하여 실제로 한 직계가족이 작년에 괌 여행을 다녀왔다. 이때 부동산 여성 업자는 별참견을 다 했다. 왜 가냐고 쓸데없는 간여를 했다. 괌 여행 때 아이들이 아침이면 물어봤다. 외국에 온 느낌이 나냐고. 실제로 외국이나 우리나라 지방 가서 사람 구경하기 힘들기에 그곳 사람들의 실생활을 보기 어려우므로 망설이다가 “으음, 큰 차이를 모르겠어. 외식할 때 음식 맛과 같고 대형마트 둘러보고 물품을 구입하는 것도 비슷한데”
찜찜한 대답을 해줬으며 음식 맛은 입에 맞아서 좋았다. 국내 여행 잘못 택하면 밥맛을 잃기 쉽기에 미련 맞은 소릴 했구나 싶었다. 그래도 곳곳의 추억은 있기 마련이니 여행을 소회하고 귀국하여 공항에서 캐리어가 나올 동안 물을 마시고 있었다. 등을 서로 비스름히 맞댄 의자에도 부모님을 모시고 온 40대로 보이는 딸내미가 있었다. 그쪽도 우리처럼 생수병을 들었으며 본인의 두 아들을 앞에 두고 젊잖던 아버지한테 같은 말을 반복하여 그런다.
“아씨, 누구 땜에 갔다 온 줄 알아.”
그 아버지 되는 이도 인상이 썩 호의적이진 않았는데 찍소리하지 않고서 앉아있다. 그의 부인은 살짝 빗대어 앉아 있었지만 내가 다 퀭한 기분이 들었다.
- 그럴거면 부모님 모시고 왜 굳이 해외여행까지 가는 건가. 나는 부모한테 그리 못해.
부모와 부부 사이를 본 그대로 묘사하며 내 생각도 부모와 부부 사이의 편견을 가져본다. 부부 사이는 무촌이라 가장 가깝다고 볼 수 있으나 졸혼처럼 지내는 부부는 이미 금이 간 것이고 자식은 엄마보다 아버질 더 경계한다.
뽀빠이 이상용 아저씨가 위문공연 방송 때 아버지를 모시고 고향 앞으로 갓! 하는 모습에서 아들과 아버진 밋밋하고 울지 않기에 인기가 없어서 아버지가 나오는 방송은 빼버렸다고 했다. 여기에다가 백구두 신고 오신 아버지는 “야, 인마. 우리 때는 더 힘들었어. 사나이답게 군대 훈련 잘 마치고 와라.”
아버지와 어머니의 차별은 이렇게 사고방식이 다른가 보다.
* 내 의견과 다르다면 당신의 말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