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콩깍지 팥깍지
처음 널 데리고 올 때 네 주인님의 아기 때 생각을 했지. 강아지 키울때의 중요시항!
그 당시 세탁소 주인이 알려 준 건데 개를 키울 때 설사하면 바로 병원 데리고 가라는 상식 하나가 떠올랐어. 하지만 너는 설사 따윈 없었어.
가족이 되고서 너의 변을 유난히 더 신경 쓰게 됐고 (가면 안 되니까) 방이랑 거실, 베란다도 네게 허락해 줬지.
승리는 ‘멍멍이, 원순이, 꼬꼬, 둘리, 무, 배추, 삑삑이’ 이런 인형류 7개를 이름 불러주면 제대로 물고 왔어. 더 불러 대면 그대로 다 가져왔을 영특함이 떠오른다.
전철에서 두 남녀가 멜빵 가방에 매달린 인형을(key ring) 쭈물거리니까 말야. 네가 인형 이름 맞혀서 물고 온 것이 아물거려져.
그리고 어느 집 아기가 타고 놀다 버린 나무로 만든 말타기를 주워와 닦아 줬더니 혼자서 늠름하게 잘 탔더랬어. 우린 승리 잘하네. 칭찬해 주고 또 보듬고, 우리네랑 통했던 대화가 진정 네가 아플 때는 큰 눈치를 못 챘더랬어. 아파;;;
절대로 피해야 할 사람의 음식을 주어서 생긴 병명 일지도 모르는데 확실한 이유는 알 수가 없댔어.
네가 두꺼운 의학 서적을 주인님 앞에서 베고 있었더니 네 주인님은 졸업 때 제약회사에 343 대 1을 뚫고서 취업이 됐다. 고마워♡♡♡
의지가 많이됐던 너를 하늘에 올려주고서 일어난 생생함이다. 기적!
그런데 미스터리한 이야긴 또 있으며 사실 실화로 누가 믿든 말든 커뮤니케이션하다.
너를 무지개 태워 보냈는데 너는 내 옆에서 자더라. 새벽에 일어났을 때 얼굴과 꼬리 없이 벌떡 일어나 농 옆으로 간걸 확실히 봤어.
49재 때 소고기 사들고 와서 신발을 벗으며 “승리야 고기 사 왔어 아가” 했더니 “끄응” 소리로 아는 체를 해줬어.
이렇게 두꺼운 의학서적 외우기
토요일 정시 퇴근이라 해거름 하는데 내 눈 높이로 제왕빌라 언덕에 내얼굴 만한 너는 왕 큰 노랑별! 네가 데리고 온 친구들은 너보다 작은 하얀 큰 별들! 감격이 넘치는데......
너를 감상하며 네가 왔구나 승리야! 내 속으로 반짝반짝을 가슴에 댔지. 떨리더라. 무지 신기해서 말이야. 침이 고이더라고.
세상에 희귀한 일이! 누구누구가 들으면 뻥이라겠지만 일반 핸드폰으론 사진영상에 담지 못해 별은! 지나가 주는 이도 없고 증거를 못돼.
(기적 or 반영) 그날 이후 몇 년 동안은 하늘로 정도껏 올라가 다른 때보다 아주 크게 빛나며 비가 오지 않는 이상, 거리에도 베란다 창에도 가까이 왔어.주인님이 일본에 갔을 땐 안 왔는데 너의 별을 오사카에 있는 동안 쭉 보았다네. 주인님이 오니 바로 베란다 창에 쫓아와 줬잖니.
이건 허상이 아니라 우리 서로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일 거다.
사실 왕 큰 노랑별은 네가 가기 5년 전 쯤에 한영각 버스 타는 곳에서 보긴 봤었다.
그래서 그때도 저 별은 누가 훌륭한 분이 가신 건가. 내 눈에만 보이는 건가 했었는데
너의 별로 다시 환생해서 “나 잘 있어.”로 인사를 하러 온 네 모습이 뿌듯했다. 아니 멋있고 아무나 왕별이 될 수 없음을 네가 의젓하게 보여줬어. 매일 밤을 확인했지. 우리가 그리는 그 별모양을 그대로 반짝반짝. 선하게 살다 간 체취.
또 있잖아! 빈 그릇들 보자기에 담아서 할머니네 가는데 네가 묻힌 그 자리 바로 옆에서 비둘기 대장인지 한 마리는 서있고 30여 마리가 동그란 원을 겹겹으로 그리며 계속 돌아. 이 사진 동영상 없다는 게 아주 답답하다.
공항사무실서 나올 때 업무폰 다 삭제해놔서 20년의 글과 사진이 다 날아갔다. 비우기 위해서. 그릇된 오판을 했다. 건질 것을 옮기고 삭제해야 했는데 그간의 것을 싹 잊고자 지웠으니.
사실인 걸 증명해 주면 아주 희귀한 건데. 쯥쯥.. 괌에 가서 천체 관측하면서 별자리 박사님한테 문의했을 때도 미스터리하다고 했어.
주인님은 너의 발자국 소리를 몇 번 듣기도 했고, 네가 물 마시던 자리에 와서 “쯥 쯔비 쭙” 목 축이는 소리도 냈다고 했어. 이건 꿈이 아니고 실제야.
다신 두 번째 사랑을 하지 않겠어!
가족의 아픔을 승리 네게서 치료받고서는 펫로스 증후군은 아니지만 그 사랑 어디 갔어.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걸 옆에서 의지가 되게 해서 기도하게 해 주고 이를 네가 받아들여 주었으며 힘을 실어주고 항상 곁에서 홧팅을 갖게 해 준 고마움이 가득 찬 승리!
보채지 않았으며 우릴 잘도 기다려준 승리 사랑! 어디다 비교가 안돼. 너는 우리 가족 총체의 첫사랑이야!
* 무지개다리 건너기 전 승리 모습 *
사람 음식을 주어서 잘못된 케어로 애교 있게 이쁜 얼굴이 노년의 모습으로 요렇게 변하고선 얼마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