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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채기를 보듬다

(16) 콩깍지 팥깍지

by 블라썸도윤

많이 걸음 해서 앉고만 싶었던 이날 승리와 첫 만남. 작은 쇠창살 울타리 안에서 닌 혼자 잘 놀더라. 그래서 마냥 너의 모습을 바라봤지. 잘 노는 네 모습에 씌어서 지켜보다 점찍었어.


말을 시켜보지 못한 채 의자에 껄어붙은 내 엉덩일 어쩌지 못하고 작은아이가 품에 안아서 바로 가족으로 붙어졌어. 널 미소품고서 안은이가 네 주인님이다. 그래서 주인님이 안고 가는 거야. 어리기 때문에 아직 길에 내려놓지 말랬어. 이땐 검색창에 정보도 약하게 조금 나왔다. 견주들은 너희가 이쁘다는 글이 대체적이었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내려주니 멈칫했어. 너도 떨렸지. 우리도 그랬다. 처음이어서. 친하게 지내자! 우린 가족이야.


길가의 의자에 앉아서 주인님이 이름을 네게 불렀어. “승리야!” 이렇게 식구가 됐어.


낯설어서였을 거야. 밥을 다 먹어서 빈 그릇이 되니 또 놔줬어. 그랬더니 그것도 다 먹네. 결국 구역질로 다 토해내더라. 많이 밥그릇만큼. 겁이 나서 다시 안고 네가 있었던 곳에 데려갔더니 괜찮다고 진료가 나와서 휴 우 했다.


이때부터 넌 밝은 모습이 천방지축 장난 꾸러기로 집안을 난장판 해놨어. 다 쑤시고 배변패드도 다 찢어놓으니 이것이 갈등을 주게 하더라. 심심해서 일 텐데 새벽잠은 없고 안아달라고 낑낑대고 참는데 도가 튼사람이니 잘 견뎌보자 속으로 생각을 갖었었다.


하룻밤 보내고 널 놔두고 아무도 없어야 할 때 “갔다 올게” 순간에 틔어 나온 말에 네가 안방으로 자리 잡으러 들어가더라. 네가 마냥 기특했고 이런 말도 통하는구나! 안심했는데 아니었지. 허전해서 그랬지, 어질러 놓고 쑤셔놓지 않는다면 이상한 갈등은 없었을 건데.(장난이 심해서 힘들 때마다 일어났던 누구 줘 버릴까의 갈등)


천만에 만만에 쇠창살 가두리에서 6개월, 방문 손잡이에서 6개월 딱 1년 후 하다 보니 승리는 젊잖아 진 것 같은 예감으로 해방을 줬다.


이렇게 이쁜 아기가 순수한 눈이 우리 가족을 매료시켜서 정을 쏟게 해 줬어. 네 주인님은 이따금 너를 안고 눈이 빨개지도록 울기도 했는데 넌 우리에게 하나님의 존재였지. 네가 치료사로 와준 거잖아. 그 고마움을 어디에 놔둔 채 표시하나 두고두고 고맙고 또 감사한 일이야.


주인님이 았다. 나도 치료됐어!


승리 했어 !!!


사랑해 승리야! 고마움으로 너를 안았다.


우리 마음 생채기에 새살 돋게 해 준 너의 진정한 케어, 도리어 네게서 받은 은혜는 말로 다 엮어내기 어렵다.


남편은 첨에 강아지와 본인의 위치에 대해 밀려난 듯한 시샘으로 아무도 없을 때 응가를 해놨다고 애를 쎄게 학대했나 보다. 이이가 오니 꼬리를 바짝 내려서 눈치를 챘다.


울화가 팍 솟는데 다음 날부터는 애한테 이것저것도 주고 정을 붙이더라니.


백설기를 주고도 안 줬다고 해. 승리 입 옆에 붙은 흰 가루는 뭔데 아니래... 그냥 다들 웃었다.


가족이 아파서 울 때, 같이 글썽이고 이맛살이 찡그려졌던 사람 같은 아니, 사람보다 나은 너는 치료사로 주인님과 뽀뽀를 엄청 해댔지. 눈물이 팍줄고 쓰린 마음이 가라앉게끔 주인님한테로 성큼성큼 다가와서 부비부비 품어주었던 승리한테서 얻은 승리감!(이겨냄)


늦은 밤에 집에 들어오는 날, 누나들 방 건너 현관문 앞에 엎드려서 몸은 누나들 앞에(거기에) 마음은 내게로(여기에) 하고서 기다림을 주었던 너.


소현인 주인님이고 난 엄마가 되어서 어울림 가족인데 사람 먹는 음식을 내가 몰래 주어서 모르니까 또 주고 싶어서 사고를 쳤어. 베란다에 있던 닭 뼈다귀를 네가 먹었는데 그러고 나서 아팠지. 조용히 표현도 못하는 이쁜 너를 놔두고 출근하는데 뭔지 모를 섬짓함과 가기 싫은 속내가 나오더라 그런데도 회사를 갔어. 승리 사냥 해다 줄려고 나갔어.


네가 아프다. 밥도 안 먹고 수상해서 일찍 독스병원엘 데리고 갔는데 이날부터 바로 입원이야. 난 좀 더 일찍 한 시간은 서둘러 출근해서 너를 유리밖으로 봤는데 내 냄새에 킁킁대고 주인님이 어릴 때 발목에 주삿바늘 잔뜩 꽂은 것마냥 아가 너도 꽂았어. 밤퇴근을 하고도 보러 가고 네가 좋아하던 널 닮은 멍멍이 인형을 넣어줬건만 대형병원 한 곳을 더 가게 됐어. 신촌으로 가지 말 걸 그랬나 차에서 뒤로 자꾸만 넘어가는데 나머지 가족을 다 보고 가려고 네가 잘 참아줬더랬지.


안방에 눕히니 오줌 같은걸 주인님 이불에 잔뜩 쏟았어. 우리는 동그랗게 비잉 둘러서 너와 같이 눕기도 하고 앉기도 했어. 23시 10분에 몸에 경직을 일으키고 갔다. 어웅 엉 엉 다 울었어.


3년은 울고 다녔지. 길바닥에서 차 안에서 누가 쳐다보는 게 뭔 상관이래. 네가 없는 써늘한 집에. 영원히 가버린 너는 눈앞에 선한데.


승리는 많은 스킨십과 순댕이로 또한 복덩이로 아픔이 고인 내 집에 와서 “어야 가자”라는 산책을 잘 누리지 못하고 6년만 곁에 있어주고는 하늘에 올랐어. 미안하다. 제대로 못해줌의 안타까움.


게다가 한겨울에 수부룩한 꼬불 털을 빡빡 밀어내 모자 달린 겨울 털옷 입혀놨지만 혼자서는 따신 온기를 못 찾으니 강추위에 떨었을 너를 생각하면 우린 너무 모자랐어.


동물로 봐준 건가 가족이 틀림없는데 짧은 생각이 밀리면 눈물만 솟아.


우린 승리 사랑을 법정스님처럼 천 하나만 덮어서 장례식을 치러줬어.


더 아프면 안 되니 그러면 안 되는데 가스불에 더 데이게 해서 보석으로 널 만듦 했어.


너의 흔적은 곳곳에도 남겨야 해서 중앙공원 여기저기에 흔적을 묻었다.


항상 같이 있으려고. 보고픔을 자중시키려고. 3년을 울고 다니다가 패닉을 조금씩 늦춘 건 내 엄니가 이어서 가신 이유도 있지만, 보석 같은 너를 유리 케이스에 고이 간직했기 때문이야.


항상 ‘같이’를 읊조리며 같이 잠이 드는 반려동물 승리는 한 가족의 의미를 분명히 일깨워 줬다.


많은 은혜를 도리어 사람이 더 입게 된 이쁜 승리는 우리 가족 공동의 첫사랑이닷!


승리 친구들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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