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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좋아, 뭉클해

(17) 콩깍지 팥깍지

by 블라썸도윤

누나와 주인님이 둘이서만 밥을 먹으면 쪼르륵 내게로 와서 “오를룰루 어엉” 일러바치러 온다.“누나야, 주인님 우리 승리도 주세요.” 내 말이 바쁘게 바로 또 주방으로 달려가던 귀염둥이 승리.


오늘은 해가 쨍쨍하니 무더위가 기승부려서 땀이 비실비실 난다. 승리를 씻겨주고 싶다. 씻자고 하면 바로 욕실로 향했던 이쁜이.


씻겨놓으면 개운하니 가벼워진 몸으로 베란다에 가서 꽃송이들을 등에 업고 나와 떨구어 주면 밥은 수저로 달라고 했어.


다른 집 강아지가 하루 왔을 때 손으로 승리 밥을 대접했더니 이 아이가 가고서 바로 담날부터 너도 손으로 받아먹겠다고 밥그릇을 툭툭 쳐댔어. ㅎㅎ 손으로 주다가 어미인 내가 어릴 때 수저로 썼던 것에 밥을 놓아주면 잘 받아먹었지.


한낮을 징그럽게 가족을 기다려서, 혼자 먹을 만도 한데 한 명이 올 때까지는 밥을 입에 안 대서 속상했지. 얼마나 시장 했을까나.


현관 앞에서 기다림을 질기게도 너의 가슴에 박아놓고는, 문지기가 되어서 가족의 안위를 기도하다가 발자국 소리에 귀가 번쩍 띄었지. 가족의 문 여는 소리에 온 세상을 다 차지한 것처럼 방방 뛰는 내 아들.



“잘 자”라고 말 붙여주면 새우처럼 누워서 “후” 하고 긴 숨을 뱉어서 “엉” 해주던 너를 우린 아직도 그리워하면서 너의 추억을 꺼낸다.


그냥 좋아! 뭉클해!


승리 얘기가 우리 가족의 대화를 끌어 내주게 해. 기분이 좋아서 다들 너의 그리움을 사진처럼 뱉어낸다. 사진 박아논 게 많지 않아 아쉬워서 우리 가족 저들마다의 마음 한켠에 너를 새겼어.


6년이 뭔 말이니? 생각을 감히 해보지 못했던 안타까움의 아주 짧은 시간, 너의 깊은 사랑을 받기만 해서 안달난 나머지 가족의 허탈함은 아주 오래도록 갔다.


이 꽃을 등에 잘 업어 갖고 다니더라고 ***

클레로 덴드론꽃

꽃말 : 사랑, 우아한 여성

밖에 내놓은 뉘 집 화분이어서 잎사귀를 더 정리해 주고 싶었는데 참았다. 이 아인 잎을 이발해 주면 참 시원해 보일뿐 더러 이쁜 꽃으로 아울러 싸서 보기에 훨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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