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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 Nov 12. 2024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반장새 앞세우고 철새 들다

 아침에 겨울 철새 무리 지어 오니

 날씨 따라 날갯짓 편편하여라

 반장새 맨 앞에서 휘파람으로

 호루라기 해주니

 신뢰가 뱃살에 두둑해져

 다 왔다. 이 동네 알림 하니

 힘이 더 솟아나서 날개가 사선으로

 팽팽하다. 큰 호흡 한 번 했는데

 창 너머 내다보는 아줌씨 반겨준다며

 입을 헤벌레 못 다물고 있다.


  이제 철새가 알림장 돌리니

  입동 지난 겨울이라 김장들 하라고

  겨울의 별미 총각김치랑 오동통한

  햇무로 동치미 바로 담그라며 낼부터

  한겨울 입을거리 장만 하란다.

  창문 너머 아줌씨는 색깔 잎사귀

  벌레 파먹은 이파리 눈요기 더 해야겠기에

  이웃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일반주택들 싸그리 없어지면 감나무부터

  나무석건 그림책에서 눈독 들이게 될 듯 





 오늘 아침 쪽에서 오른쪽으로 철새들이 역시나 사선을 그으며 무리 지어 왔다. 아주 반가워 신이 난 상태에서 우리 동네가 아닌 이웃 동네로 넘어갔더니 일반주택들 싸그리 없어지려나 호두나무 있던 집 향이 좋았던 이 집이 다가구 빌라로 들어섰다. 좁은 골목이어서 아파트가 생성되지 못하니 막다른 골목의 나무로 운치 있던 자리가 세멘 냄새를 뿜어내고 있었다.

앞으로 자라나는 아이들 과일나무도 구분 못 짓고 그림책 보며 시험문제 풀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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