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
유럽 여행에서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다. 이탈리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관광객들 대부분 가방을 등이 아닌 배 쪽으로 메고 다녔다. 가이드는 틈만 나면 소매치기 예방에 대한 반복되는 안내를 했다. 소매치기의 공포감이 항상 우리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이탈리아에서의 둘째 날은 무지하게 더웠다. 이탈리아의 8월도 한국 여름 못지않게 뜨거웠다. 이 무더위 속에서 맛본 납작 복숭아는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크기도 적당하고 먹기도 편했다. 납작 복숭아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한국에서도 찾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목적지는 그 유명한 피사의 사탑이다. 피사의 사탑은 물리책에서 워낙 많이 봐서 그런지 그냥 기울어진 탑 정도로만 생각했다. 뭐 딱히 볼 것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자유 낙하 실험으로 교과서에서 유명한 피사의 사탑을 만나러 미라콜리 광장 입구로 들어섰다.
미라콜리 광장에 들어서고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물은 산 조반니 세례당과 피사 대성당이었다. 처음 봤을 때 그 느낌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크고 웅장한지 그 규모에 깜짝 놀랐다. 그곳에는 피사의 사탑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울어진 피사의 사탑을 받치는 설정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너도나도 탑을 받쳐 드는 각자의 방식으로 기막힌 포즈들을 취하고 있었다. 나름 고민한 방법으로 피사의 사탑을 밀어 본다.
피사의 사탑을 가까이에서 처음 접했을 때의 그 전율은 지금도 생생하다. 너무나도 거대했던 탑의 크기에 놀랐고, 책에서만 보던 탑을 직접 보니 더 감동적이었다. 기대하지 않고 볼 때 더 큰 감동이 오는 경험 말이다. 마치 성지 순례 온 느낌이라고나 할까.
갈릴레오가 떨어지는 속도는 질량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법칙을 실험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찾아보니 갈릴레오가 아닌 시몬 스테빈이 한 것이라고 한다. 아무튼 물리 법칙 실험을 하기에는 최적화된 장소였다. 저러다 탑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다행이 지반 보강 공사 이후에는 더 이상 기울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피사의 사탑(이탈리아어: Torre di Pisa)은 이탈리아 서부 토스카나주의 피사에 있는 피사 대성당의 종루(鐘樓)로, 기울어진 탑으로 유명하다. 1173년 8월 9일 착공 시에는 수직이었으나, 13세기에 들어 탑의 기울어짐이 발견되었다. 높이는 지상으로부터 55m, 계단은 297개로 이루어졌으며, 무게는 14,453t이다. 지반에 가해지는 평균 응력은 50.7tf/m2란 계산 결과가 나왔다. 현재의 기울기의 각도는 약 5.5°이고 기울기의 진행은 여러 차례의 보수공사로 멈추었다. 흔히 중세의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불리고 있다.
탑의 형태가 보는 사람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특이한 모습이다. 그러한 이유로 인해 피사의 사탑이라고 불린다. 피사의 사탑을 설계할 때 한쪽 땅이 물렁해서 기울었는데 땅을 단단하게 만들어 더 이상 기울어지지 않게 되었다.
피사의 사탑에 얽힌 일화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물체가 자유 낙하하는 시간은 낙하하는 물체의 질량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법칙을 인증하기 위해 피사의 사탑 꼭대기에서 크고 작은 두 종류의 물체를 동시에 떨어뜨려 양쪽이 동시에 땅에 닿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실제로 이 실험은 1586년 네덜란드의 수학자 겸 물리학자인 시몬 스테빈(Simon Stevin)이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처:위키백과)
"건축학적 의의
피사의 사탑은 지하로는 고작 3m밖에 파내려 가지 않고 지상으로는 55m씩이나 쌓아 올렸다. 그것으로 인해 지반이 건물의 하중을 견디지 못해 피사의 사탑은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기울게 되었다. 피사의 사탑은 이로 인해 건축학에 큰 공헌을 하게 되었는데 고층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지하로도 비슷한 수준으로 깊게 파서 지반을 견고하게 해야 건물이 쓰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일깨워 줬다. 그래서 피사의 사탑이 기울어진 일로 인해 얻은 노하우로 인해 후대의 건축업자들은 고층 빌딩을 지을 때 지하로도 많이 파내려 가서 건물이 기울거나 쓰러지는 것을 방지했다. 그렇게 고층건물을 지으면서 지하로 파 생긴 공간들은 주차장이나 기계실, 창고 등으로 재활용하게 된다." (출처:위키백과)
더 가까이 접근해서 직접 마주한 피사의 사탑은 생각보다 거대했다. 쓰러질 듯 위태로운 모습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인기의 비결이 되었으니 참 세상 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날은 정말 무더웠다.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무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혀 주었다.
피사의 사탑 관람을 마치고 버스 타러 가는 길에 이쁘게 생긴 꽃들이 피어 있었다. 협죽도 (유도화)라는 독성이 아주 강한 꽃이라고 했다. 잎과 줄기는 대나무를 닮고, 꽃은 복사나무를 와 비슷해서 협죽도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맹독 성분이 있어서 꽃이나 줄기 함부로 만져서는 안 된다고 한다.
여행에서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 숙소로 왔다. 숙소에서 본 구름 낀 석양은 평화롭고 아름답기만 했다. 숙소 주변의 마을은 높은 건물은 없고 아늑한 주거 단지로 조성이 되어 있었다.
호텔 로비에는 거대한 별자리 지도가 있었다. 마치 예술 작품 같은 느낌도 나는 멋진 타일 그림이었다. 이탈리아라는 생각만으로도 모든 것이 예술품 같은 생각이 그냥 들었다.
같은 숙소에서 이틀째 숙박이었다. 왠지 집으로 돌아온 듯 포근한 느낌이었다. 한낮의 무더위 속에서 피사의 사탑을 돌아보느라 피곤해진 몸과 마음을 재 충전하기에는 최적의 숙소였다.
다음날 아침 숙소를 이동해야 했기에 짐을 챙겨 폼페이로 이동했다. 또 어떤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2018년 감성 충전, 유럽 이야기 by 드림맥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