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의 가을은 대체적으로 차분했고,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져 조화로웠으며, 어딘가 익숙한 듯 하지만 낯선 풍경들은 새로운 '설렘'을 선사했다.
이른 새벽 집을 나섰던 우리 부부는 여행자가 되어 처음 보는 풍경들과 마주하고 있었다.
신치토세 공항에서 JR을 타고 삿포로역에서 내려 며칠간 머물렀던 호텔까지 걷는 동안, 우리는 어느샌가 그들 중의 하나가 되어 거리 곳곳에 눈을 두고 가을을 느꼈다. 손끝을 스치는 다소 차가운 바람, 적당히 비춰주던 햇볕은 더 이상 새로움만은 아니었다.
정돈된 거리에 미끄러지듯 몰려오던 사람들은 저마다의 하루를 담아내기에 여념이 없었을 텐데, 우리 역시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번화가인 스스키노까지는 거리가 있었지만 삿포로역 주변으로 음식냄새들이 제법 풍겨왔다.
여행에서 현지 맛집을 빼놓을 순 없지! 순간, 메모지에 적어온 음식점들을 떠올렸다.
삿포로 중심의 여행은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일정으로 스케줄을 잡진 않겠지만, 기본적으로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오도리 공원, 번화가인 스스키노를 다니게 된다. 이 경로는 지하로도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겨울에 눈이 많이 와도 이동이 용이하다. 이 외에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는 홋카이도 대학, 삿포로 맥주공장을 들러볼 수 있었다.
홋카이도의 도심, 삿포로를 들러보면서 스스키노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차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은 비에이투어에서 만난 홋카이도의 자연에서도 느꼈는데, 삿포로와는 다른 의미로 차분하다 느꼈으며 전반적으로 꽤 인상적이어서 지금까지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다른 한날은 JR을 타고 오타루를 다녀왔다.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로 알려진 오타루는 유럽풍의 운하와 건축물들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눈으로 덮여있는 삿포로는 아이러니하게 포근해 보이지만 삿포로의 가을은 정직했다.
드러나 보이는 것들이 삿포로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은 옷을 입었지만 매우 두껍게 입지 않아 비둔해 보이지 않고 잎을 떨구지 않아 풍성했다. 도시의 불빛은 충분히 화려하진 않았어도 보는 이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고,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분주하지 않고 찬찬했다.
홋카이도의 자연은 평화로웠고 아름다웠다.
단풍이 들기 전, 여전히 초록을 입고 색색의 꽃들과 함께 자리 잡고 있던 가을 모습은 홋카이도가 뿜어내는 '가을 향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