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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대학

차분하고 정돈된...

by 겨울꽃 김선혜
홋카이도 대학, photo by Seonhye


홋카이도 대학의 초가을도 평화롭고 차분했다. 밝은 빛 아래 놓여있던 캠퍼스는 정리정돈을 마친 어느 공간을, 잘 깎여진 잔디는 누군가의 단정한 옷매무새를 닮아있었다.


홋카이도 대학, photo by Seonhye


삿포로에 도착하고 나서 첫 번째 일정은 '홋카이도 대학'이었다. 평일 낮시간, 캐리어를 두고 걷던 한산하고 낯선 거리에 익숙해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무렵 교정에서 학생들이 걸어 나오면서 우리를 쳐다봤다. '우리 같은 여행객들이 많지 않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그 생각 역시 오래가지 않았다. 교정에 들어서면서 처음 보게 된 것은 우리와 같은 여행객들이었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여행객들은 서로를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 가벼운 눈 맞춤이 오가고 서로를 지나쳤다.


캠퍼스를 처음 보고 들었던 생각은, 인위적인 느낌보다는 자연을 최대한 살려놓은 듯하다는 생각이었다.

울창한 나무, 길 사이사이로 흐르던 물줄기, 차분하고 편안한 느낌의 교정은 길을 거니는 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홋카이도 대학은 교정도 좋지만 사이사이 들러볼 만한 장소들이 있는데, 종합 박물관, 포플러 가로수길, 홋카이도의 유제품을 맛볼 수 있는 카페정도는 가볼 만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역시 세 군데를 둘러보았는데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은 카페였다.


홋카이도 대학의 종합 박물관이 있는 건물 앞에는,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멈추는 대형사진과 안내글귀가 인쇄된 브로마이드가 붙어 있어서 입구까지는 들어갔으나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포플러 가로수길은 들어가지 못하도록 입구가 봉쇄되어 있어서 걸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홋카이도의 맛있는 유제품을 맛볼 수 있고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야외테이블에서 보냈던 카페에서의 시간은 제법 만족스러웠다.





공간이 주는 의미는 여러 가지다. 공간은 머무는 사람의 취향을 반영하기도 해서 성향을 짐작하게 되기도 하고 분위기를 형성하기도 한다.

여행지도 마찬가지다. 분위기, 생활상은 언어가 아닌 것들로 무언가를 알려줄 때가 있다. 물론, 언어나 문자로 소통하게 되는 쌍방향 형태를 띠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느껴지는 부분은 각 개인마다 주관적이다.


내가 느꼈던 홋카이도 대학은 새로움을 가미했다기보다는 기존의 것들을 더 잘 보존하고 관리하고 있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대학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떤 면에선 소박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소박함은 전통을 계승하고, 가꿔가는 그들의 정성을 느끼고 생각하게 되었던 만큼을 넘어서지는 않는다.


자연은 초록을 입고 있었지만 쌀쌀한 바람이 가을을 알려주던 그날, 햇살 아래의 교정은 여전히 편안함으로 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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