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
여행지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축제를 만나는 것은 '덤'으로 얻게 되는 즐거움이다.
예상치 못한 '꽃다발'을 누군가에게 전해 받은 느낌이랄까...
오타루에서의 일정은 생각보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미나미 오타루 역에서 운하까지 돌아보는 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은 오타루역에서 JR을 탔다.
운하에서 오타루역 방향으로 걷다 보니 미술관이나 공포체험관등이 있어서 관심 있는 여행객들이 시간을 더 보낼 수 있는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었고, 역방향으로 조금 더 걷다 보니 오타루 여행의 사진스팟으로 소개되고 있는 철길을 볼 수 있었다.
이 철길은 예전 테미야 선의 일부이며 현재는 산책로로 조성되어 주변의 자연과 더불어 오타루 여행의 명소 중 하나가 되어 있다.
오타루역에서 삿포로역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바다를 눈으로 담을 수 있었다. 언젠가 다시 오게 될까 하는 생각으로 창밖에 시선을 두면서 어느새 삿포로역에 도착했던 시간은 늦은 오후.
잠깐의 휴식 끝에 오도리공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삿포로의 도심에 있는 오도리 공원은 여행객들과 내국인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음식냄새와 소음이 공기를 타고 부유하고 있고 음악과 웃음소리들이 섞여있던 저녁 한때는 낯선 곳에서 새로운 설렘으로 보냈던 그날의 기억들을 '축제'라는 명칭답게 홋카이도의 찬찬한 분위기와 다소 다르게 소환한다.
그 가을, 한날의 축제는 '오도리 공원 먹거리 축제'였다.
유명한 삿포로 맥주부터 해산물, 징기스칸, 파를 얹은 우설(牛舌), 닭꼬치, 소고기 스테이크, 다양한 면종류의 음식들까지 큰 원을 그리며 배치되어 있던 매대 사이로 들어갔다.
음식의 가격은 맛대비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기준을 약간씩은 밑돌았지만 우리가 그곳에서 구매한 것은 음식만이 아니다. 그 공간의 활기찬 분위기와 그 분위기가 전해주는 약간의 들뜸과 즐거움을 같이 구매한 것이다.
그곳에서 음악을 타고 마음도 흥겨웠으니 꽤 괜찮은 저녁이었으며 기억에 남는 날이 되기도 했다.
여행 전에 오도리공원을 들러보기로 했었지만 이런 축제가 열리는 기간인지는 알지 못했다.
가끔은 이런 일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진다. 하루하루가 비슷한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지에서 생각지도 못한 축제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 일에 좋은 말을 붙여주게 되는 거다.
이를테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운이 좋았어', '감사한 일이야!' 이런 말들을 마음속으로 하게 된다.
그런 말들에는 사소한 일에서 챙기는 즐거움과 그에 따라오는 소소한 기쁨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 기쁨은 일상에서의 소소한 기쁨과는 다른 감정으로 떠올려진다.
오도리 공원은 적당한 규모로 잘 가꾸어진 공원이었며, 그곳의 조경들 역시 홋카이도, 삿포로의 깔끔하고 단정한 이미지와 닮아있었다. 그날은 다른 한날 밤에 삿포로 시내의 전망을 보게 될 TV탑을 눈에 담았던 날이기도 했다.
#오도리공원#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