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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채의 언덕

소풍

by 겨울꽃 김선혜
사계채의 언덕, photo by Seonhye


천상병 시인은 '귀천'이라는 시에서 우리의 삶을 소풍에 비유했다. 이 시를 처음 읽었던 때는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이다. 그때는 이 시의 내용이 매우 순수하다고 생각했었다. '어떤 작가가 이런 시를 썼을까'라는 생각에 작가의 스토리를 찾아보게 되었고, 그 스토리를 읽으면서 마음 한구석이 시렸던 기억이 있다.


중년이 되어 다시 생각해 보는 이 소풍의 의미는, 풋풋했던 시기에 읽고 생각했던 소풍과는 다르다. 그때의 소풍은 지금의 소풍에 비해 더 찬란했었겠지만, 지금은 그때에 비해 더 깊이가 있어졌다. 그 깊이는 지내온 시간들 속에서 삶의 가치를 깨우치게 해 준 많은 일들이 내게 준 선물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나는 이 사진을 보고 소풍이 연상되었다.

그들은 여느 날에서 벗어난 특별한 날의 소풍을 맞이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 잠깐의 시간이 행복한 시간이었기를...



귀천(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비에이 당일 투어는 이른 아침에 오도리공원 근처에서 모이면서 시작되었다. 찬바람에 옷을 하나 더 껴입고 목에는 머플러를 두르고 오도리공원 방향으로 걸었다. 약속시간보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우리보다 더 일찍 나와있었던 여행객들도 있었다.


버스에 오르고 그날의 당일투어가 시작되었다.

중년의 가이드는 홋카이도에 대해 설명을 해 주기 시작했다. 그녀는 일본정부가 한때 홋카이도로의 이주를 권장했고, 그 결과 원주민과 외부인들이 함께 모여 지금의 홋카이도가 되었다는 말을 해 주었다. 일본정부의 정책은 도시 간의 균형개발을 도모하고 인구를 고루 분산시키고자 하는 정책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홋카이도 여행에서 알아두어야 할 중요한 사항도 알려 주었는데, 곰에 대한 주의사항이었다. 곰이 사람에게 주는 피해는 생각보다 커서 안전에 대한 주의와 교육이 이루어질 정도로 홋카이도에서 곰으로 인한 피해는 적지 않다고 한다.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지는 사이, 가던 길에 놓여있던 기찻길로 때마침 기차가 다가오고 있었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이 기차를 보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어쩜 ‘행운’이라 생각되는 것들은 눈으로 보는 것에서부터 오기도 하지만 듣는 것으로부터도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말이 아니었으며 그저 평범한 기찻길에 지나가는 기차였을 텐데…






사계채의 언덕, photo by Seonhye


사계채의 언덕은 생각보다 넓었고 알고 있던 대로 형형색색이었다.

도시와는 다른 편안한 풍경과 광활함이 자연에서 누리는 힐링을 좀 더 특별하게 선사하고 있는 곳이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곳에서 나는 향은 마음의 향이었으며, 그곳의 색은 강렬했지만 한편으로 톤다운이 된 차분함을 갖추고 있었다. 하늘빛이 가을이라 말해주던 비에이 지역의 패치워크는 하늘 아래 땅을 딛고 꽃과 나무에 정성을 담은 사람들의 손길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며, 그 정성을 알아봐 주는 사람들에 의해 그곳의 아름다움이 전해지고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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