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를 발견하는 방법

나에게 감자는 무엇일까?

by 수키

감자를 심기 위해서는 씨감자가 필요하다. 씨감자의 싹 부분을 도려내어 땅에 심으면 싹이 트고, 감자가 자란다. 감자는 지면 위가 아닌 아래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땅속에서 둥그런 알을 키운다. 감자를 캘 때까지 그 감자가 잘 자라고 있는지 눈으로 볼 수 없다. 그저 감자를 수확하는 시기가 오면 감자를 캔다. 감자를 믿고, 감자가 잘 자랐을 거라고 생각하고, 혹은 잘 자랐기를 바라는 마음을 품고 감자를 캔다. 서로 다른 존재들의 우정을 아름답게 그려낸 《내일도 그럴 거야》 그림책 속 두더지는 “난 감자가 단단해서 좋아. 감자처럼 믿음직스러운 존재는 드물지.”라고 말하고, 오리와 달팽이는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감자가 있지!” 하며 맞장구친다. 그렇지,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감자가 있지. 나도 고개를 천천히 주억였다. 누렇게 변한 잎의 줄기를 당겼을 때, 생각보다 작았던 감자를 보고 아직 때가 아니라고 말하자 아버지는 그 주변을 호미로 살살 긁어보라고 말했다. 그 말에 줄기를 잡아당겨 움푹 파인 땅을 긁으니 알맞게 잘 자란 주먹 크기의 감자가 숨겨져 있었다. 그렇게 지나왔던 자리를 다시 하나하나 더듬어가며 긁었다. 뽀얀 감자껍질이 보였다. 급한 마음에 세게 호미질을 하자 감자에 생채기가 생겼다. 감자를 먹을 수 없게 됐다며 혼났다. 어디에 어떻게 숨어있을지 모를 감자를 그 모습 그대로 잘 캐기 위해서는 천천히 살살 부드럽게 흙을 긁어내야 했다. 그 과정은 마치 ‘배움’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나는 내 머리가 자라고, 경험이 축적되고, 선택들이 구체화되어서 사람 비슷한 모습을 갖춘 존재로 크기를 기다렸다. 그 사람, 혹은 사람 비슷한 모습을 가진 존재는 소속이 분명했다. 나는 산에 속해 있었다. 나를 만든 그 산 말이다. 내가 시작한 모습과 내가 끝나는 모습이 꼭 같아야 할까 하는 의문을 갖기 시작한 것은 나이가 더 들고 나면서부터였다. 한 사람이 처음 띤 형태가 그 사람의 유일하고 진정한 형태일까 하는 의혹말이다. (배움의 발견, 타라 웨스트오버, 열린책들, 504쪽)


가족으로부터의 학대와 방임에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살아야 했던 《배움의 발견》의 저자 타라 웨스트오버가 자신의 삶을 기록하며 진정한 배움이 무엇인지 말한다. 자신의 삶을 위해 아버지를, 가족을, 그 집을 떠났던 그녀는 ‘교육’을 통해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갔다. 대학에 입학한 그녀에게 한 교수가 “계속 도전을 해보세요. 그렇게 하면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가늠해 보고 나서 어떤 사람인지 결정하라고 했다. 한창 ‘배움’에 목말라있던 시절, 목마름에 한줄기 시원함이 아닌 더 목마름을 느끼게 했던 책이었다. 5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이 책의 마지막에 하얀색의 메모지에는 익숙한 필체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진정한 배움이란, 변화해 가는 것’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에 맞춘 삶을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세상에서 그녀에게 조언을 해준 교수의 말이 나의 문도 두드렸던 걸까. 자신을 가늠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새로 이사한 동네에서 낯선 사람들과의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문밖이 늘 설레고, 무지갯빛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방에서 나왔다는 것은 그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두려움에 맞설 준비를 했다는 의지쯤이다.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 요즘, 눈을 뜨면 온라인 강의를 듣고 책을 읽는다. 그러다 글을 쓰고, 또다시 책을 읽고,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닮을 수 없을 것 같은 문장들을 보내기 아까운 마음에 몇 줄 정리하고 잠이 든다. 아침에 눈을 뜨면 머리가 멍하다. 오늘이 며칠이고, 무슨 요일인지 아이가 말해줘야 현실로 돌아온다.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수시로 자신을 의심한다. 하고자 하는 의지는 많지만 정해져 있는 에너지의 총량으로 언제라도 갑자기 ‘팟’하고 불이 꺼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한다.


잠이 한껏 묻어 있는 얼굴을 하고 식탁 앞에 앉아 우적우적 빵을 뜯고 있는 아침, 아이가 묻는다. “엄마, 그렇게 하면 작가가 될 수 있어?” 그 말에 오래전 꿈이 생각났다. 목표를 정하고, 되지 못할 것 같아 쉽게 포기했던 꿈. 이제는 섣불리 꿈을 정하고 싶지 않다. 진정한 배움이란, 변화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는 그때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아이에게 그저 지금이 즐겁다고 말했다.





+ 이야기 나눈 그림책

내일도 그럴 거야

나현정 / 길벗어린이 / 2026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