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가 아닌 존재로

'내 것'의 의미는?

by 수키

150개. 1,916,890원.

온라인 서점 사이트의 장바구니 안에 들어있는 나의 욕망 목록이다. 장바구니에서 책을 덜어낼 때마다 더 이상 책을 채우지 말자고 다짐한다. 그런데도, 장바구니의 책들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단 장바구니만의 문제는 아니다. 더 심각한 곳은 서재다. 얼마 전 4단 책장을 서재에 들였다. 텅 비어 있던 그 공간은 금세 채워졌다. 그동안 책상과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책을 옮겨 넣었는데, 다 넣지 못했다. 그렇게 서재는 책장과 책으로 점점 비좁아지는 중이다. 부모님은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어려서부터 자주 들었던 말은 공부한다고 하면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말이었다. 정말 그랬다. 내가 책이 필요하다고 하면 아무것도 묻지 않고 책을 사줬다. 어쩌면 책은 나에게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확인일 수 있겠다. 아무것도 따지지 않는 그 온전한 마음이 좋았다. 조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한 집에서 함께 살았다. 비좁은 공간에서 여덟 식구가 모여 살다 보니 당연히 내 방은 없었다. 정해진 구역 없이 걸쳐 있었던 어린 나는, 어른이 되어서야 나의 구역을 갖게 되었다.


학교에 입학하고 강의를 듣다 보면 놀라울 만큼 다양하고 좋은 문장들을 만난다. ‘안녕! 너 글 쓰고 싶다며? 나 알아? 뭐? 나를 모른다고? 저런, 유감이네… 나에 대해 모른다는 걸 반성해야 할 거야. 당장 나를 만나러 오지 않는다면 넌 글 쓸 자격이 없어!’라고 내게 말을 건다. 마음이 초조해진다. 서둘러 도서관 사이트에 들어가서 검색한다. 집 근처의 도서관에 찾는 책이 있다면 도서의 위치를 캡처하고 카카오톡으로 이미지를 보낸다. 책이 집 근처 도서관에 없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상호대차 서비스를 이용하면 되니까. 문제는 이 두 가지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다. 바로 신간 도서. 보고 싶은 책을 희망도서로 신청한다고 해도 도서관에 입고되려면 최소한 한 달은 기다려야 한다. 다시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럴 때면 온라인 서점 사이트에 접속한다. 그리고 얼굴을 확인하고, 제목을 까먹을 경우를 대비해 장바구니에 담아 놓는다. 그렇게 계속 쌓이고 쌓였다. 장바구니도 서재도. 글을 쓰고 있는 책상 바로 옆에서는 롤랑 바르트 씨가 노나 페르난데스 씨가 이슬아 씨가 김상혁 씨가 날 노려보고 있다. ‘죄송해요. 하지만 이제 곧 시험이라고요. 진정하시고, 우리 다음에 만나요.’라고 그들을 달랬다.


「‘아무래도 좋아.’하고 아기 여우는 생각했어요. 겨우 일주일이었는데 아주 오랫동안 노란 양동이와 함께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_ 노란 양동이 본문 중에서


여우는 숲에서 노란 양동이를 발견하고, 일주일이 지나도 주인이 찾아가지 않으면 자기 것으로 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월요일 아침, 노란 양동이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렇게 기다렸는데, 결국 노란 양동이는 여우의 것이 되지 못했다. 여우는 괜찮다고 말한다. ‘정말일까? 그렇게 갖고 싶어 했으면서 쉽게 포기한다고?’ 그림책을 보면서 나였다면 노란 양동이를 처음부터 내 것으로 찜해두지도 않았을 것이고, 만약에 그것이 탐났더라면 주인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가져갔을 것이다. 나는 여우처럼 노란 양동이를 쉽게 떠나보내지 못했으리라 생각했다. 아마도 그토록 원하던 것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이겠지. 노란 양동이가 일주일 후에 정말로 여우의 것이 되었다면 여우가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그러자 책장에 있는 에리히 프롬 씨가 말한다.


「사랑은 행동, 소유, 사용이 아니라 존재에 만족하는 능력이다.」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에리히 프롬, 김영사)


갖고 싶은 것에 대한 소유욕이 불타오른 내 마음을 진정시키는 그의 말에서 다시 한번 여우의 행동을 되짚어본다. 여우는 하루 종일 노란 양동이를 바라보기도 하고, 옆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손에 들어 보기도 한다. 그리고 노란 양동이 안에 물고기를 집어넣거나 사과를 담는 상상을 한다. 비가 오는 날이면 함께 비를 맞는다. 그리고 나무 막대기로 자신의 이름을 쓰는 시늉을 한다. 일주일 동안 여우는 자신의 것이 아닌 노란 양동이의 존재만으로도 만족하며 사랑했다. 그래서 그렇게 보내줄 수 있었구나. 나는 그러지 못해서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들을 마지막까지 붙들고 놔주지 못했다. 그림책의 마지막에서 여우는 괜찮다고 말한다. 이제 노란 양동이는 하늘에 구름이 되었다. 절대 손이 닿지 않는 높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바라보는 여우의 모습이 쓸쓸하게 느껴지는 건, 아무래도 소유에 대한 무거운 나의 욕망을 덜어내지 못해서라고 반성했다.


며칠 후, 다시 온라인 서점 사이트에 접속했다.

161개. 1,965,870원.

반성하자.




+ 이야기 나눈 책

노란 양동이(2000, 원제: きいろいばけつ)

모리야마 미야코 글, 쓰치다 요시하루 그림, 양선하 옮김, 현암사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