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이라 하면 감정기복이 심한 질병이라고 알고들 있는 것 같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이 변하는 당신, 조울증일까? 아니 애초에 조울증이 무엇일까?
조울증은 이상심리학에서, 정신병리에서 양극성정동장애라고 명칭 하는 질병이다. 우울증은 많이들 알고 있듯, 우울한 감정이 2주 이상 지속되는 병이라고 하는데, 조울증은 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증 상태에서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자신감이 넘치며, 이것저것 에너지 넘치는 일을 해내는 것이다. 우울증 상태에서는 심각한 좌절감과 절망감, 자살생각, 무기력에 시달리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잠을 자지 않고 뭔가를 무조건 해야 할 것 같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게 된다. 가슴이 두근거리지만 그 정도는 신경 쓰이지 않는다. 왜냐면 난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각종 사교모임을 만들고, 참석하고,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화려한 제스처와 언변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도 있다. 돈을 많이 쓰기도 한다. 이걸 하기 위해 이 돈을 써야 하고, 저걸 하기 위해 저 돈을 써야 한다. 사실 그런 생각도 별로 없다. 이유를 붙이는 것일 뿐, 돈을 계획 없이 다 써버리고 만다. 수많은 모임에 나가느라 술값, 밥값도 많이 들게 된다. 그러면 더 이상 약속을 잡지 말아야 하는데 그걸 제어할 수가 없다.
반면 내가 우울증인 경우에는 어떤가. 조증 상태에서의 나는 모든 에너지를 끌어 써 버린 상태다. 돈도 다 써버리고 없다. 버는 것 이상으로 돈을 써버렸다. 친구들에게 빌린 돈을 수습해야만 한다.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아무런 에너지도 나오지 않는다. 극한의 우울 상태가 무기력 상태를 경험한다. 자살에 대한 생각도 여러 번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눈물이 나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든다. 손대는 것마다 실패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속이 썩어 들어가는 것 같은 좌절감과 절망감이 내 머릿속을 잠식한다. 이전에 잘 지냈던 사람들이 나를 미워할 것만 같다. 사회에서 나는 소외된 사람 같다. 무기력이 점령한 몸과 마음은 도저히 약을 먹고 샤워를 하는 것조차 할 수가 없다.
양극성장애 환자의 감정기복은 이런 것을 말한다. 언젠가는 천상계에 간 것 같았다. 세상이 이렇게 밝아 보였나? 사람들이 나에게 이렇게 호의적이었나? 내가 이렇게 재밌는 사람이었나? 그리고 언젠가는 지옥에 떨어진 것 같았다. 세상에, 내가 이렇게 모든 것에 실패한 인간이었나? 이뤄낸 게 없는 사람이었나? 사람들은 왜 이렇게 날 미워할 것 같지? 심지어 왜 자꾸 죽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치달을까. 제일 친한 친구조차도 자주 연락하는 것이 어렵다.
나에게는 꾸준히 뭔가를 하는 것이 어렵다. 회사를 꾸준히 다니는 것, 공부를 붙잡고 꾸준히 하는 것, 운동을 꾸준히 나가는 것... 꾸준히 일을 해 나가는 것이 나에게 가능할까?
그럼 난 어떻게 살아야 되지? 이 고민을 수없이도 했다.
명확한 답은 나도 모르지만 내 고민에 대해 글로는 써 내려갈 수 있겠다 생각했다.
꾸준히 글을 써보는 건 어떨까? 나와 비슷한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내 글을 보고 공감을 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머릿속에 떠오른 이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이것이 브런치 연재를 시작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