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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 Apr 12. 2024

경조증의 상태와 일상을 어떻게 구분하지?

내가 조울증임을 자각한 뒤로도 조증의 상태와 우울증의 상태는 구분이 쉽지만 경조증의 상태는 구분하기 힘든 것 같다. 뭐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건데. 경조증은 또 뭘까?


나에게 경조증은 조증의 상태는 아니고, 우울의 상태도 아니지만, 살짝 일상에 활기가 돌 정도의 가벼운 조증 상태를 뜻한다. 그냥 일상이고 성격일 수도 있지 않아? 하지만 그런 의문 때문에 수많은 오진이 있었고, 내가 조울증임을 깨닫게 된 뒤로는 아 이게 경조증이구나, 하곤 한다. 


경조증일 때는 햇살이 밝아 보인다. 햇볕이 쨍쨍한 날씨를 좋아하지 않는데도, 오늘은 날씨가 밝으니 뭐든 해볼까? 하는 생각이 갑작스럽게 든다. 바로 어제는 우울해서 잠만 잤더라도 말이다. 아무것도 못하고, 무기력한 상황에서도 다음날 '오늘은 나가서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이 들면 경조증이 시작되는 것일 확률이 높다. 


나의 경우, 경조증의 상태에서는 나가서 장을 본다. 크게 과소비는 하지 않지만 우울해서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와는 많이 다르다. 평소 하지 않던 집안일을 시작한다. 빨래를 하고, 개고, 착착 자리에 넣어 두는 것도 힘들지 않다. 요리를 한다. 밥을 차려서 먹는다. 이런 일들이 일상을 사는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하루겠지만 우울증인 상태에서 갑자기 이런 상태로 넘어온다면 분명 경조증인 상태다. 우울과 경조증을 반복하는 사이클이 나에게는 괴로운 일이다. 


그리고 고양된 기분을 느낀다. 내 대표적인 조증, 경조증 증상은 고양감이다. 우울증 상태에서 잡지 않던 약속을 잡는다. 뭔가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공부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집중력은 좋지 않지만 책을 들고 읽는다. 집중력을 요하는 활동보다 활동적인 것들을 더 좋아한다. 행동력이 좋아진다. 누가 갑자기 보자 그러면 후다닥 준비해서 나가게 된다. 오밤중에 갑자기 나가고 싶다. 드라이브도 자주 간다. 보지 않던 책, 영화 같은 것에 손을 댄다.  


약을 먹지 않는 기간 동안 우울증-경조증의 사이클이 계속됐다. 며칠 또는 몇 달에 걸쳐 감정기복이 심했다. 괜찮아지는 것이 아니라, 경조증의 상태인 것이다. 사실 이 상태를 조금 즐기기도 했다. 좋아진 거잖아, 어쨌든 우울인 상태보단 낫잖아. 계속 고양된 기분을 느끼고 싶어. 긍정적인 생각만 하고 싶어. 


경조증의 기간이 길어지면 우울증 기간은 또다시 바닥을 치닫는다. 죽을 것 같은 절망감과 좌절감에 시달린다. 언제나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산다. 언제 또 하늘같이 기분이 치솟았다가, 다시금 절망과 좌절의 시즌이 오는걸까... 이번 우울증은 얼마나 고될까. 하는 마음에 불안도가 매우 높다. 


그렇다면 이 불안을 어떻게 다스리면 좋을까? 답은 감정에 대한 관찰이다. 나는 내 나름대로 경조증의 상태와 일상인 상태를 구분하는 나만의 팁을 발견했다. 내 성격인 채로 살아가는 것은 에너지의 상태가 내 내면으로 모이는 편이다. 다른 말로 내향적이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즐기지만 나의 시간이 필요하다. 재충전의 기간이다. 그런데 그 충전기간도 없이 누군갈 연속적으로 만나고 자꾸 밖을 나가고 약속을 잡는다면 그것은 경조증의 상태인 것이다. 아까 말했듯 고양감이 든다. 그 상태에서는 잠을 안 자도 피곤하지 않다. 


잠을 제때 자야만 하고, 재충전의 기간이 필요하고, 고양감이 들지 않는다면 이것은 내 성격이고 괜찮은 상태일 때의 나. 이 일상의 중심만 잘 잡고 있다면 나는 경조증과 일상의 구분을 잘할 수 있다. 여러분도 괜찮은 상태일 때와 아닐 때를 잘 관찰하여 구분해 보길 바란다. 감정에 대한 관찰은 마음을 돌보는 누구에게나 필수적인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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