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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 Apr 15. 2024

마음의 근육, 신경가소성.

자기 관리의 늪 

현대인들의 수많은 숙제 중 하나. 자기 관리. 자기 관리가 뭘까? 보통은 운동하고 헬스장 가고 필라테스 다니거나 요가를 하면서 몸매관리를 하면 자기 관리를 하는 거라고 말하는 것 같다. 


오늘은 나를 돌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자기 관리를 위해 운동을 하는 건 좋은 일이다. 이것도 자기 관리에 포함이 될 수 있다. 나도 운동을 매일매일 나가고 있고. 그게 나를 돌보는 행위는 맞지만.... 이게 전부일까? 근육이 있는 몸을 유지하는 것을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좋은 행동일 수 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내가 오늘 초점을 맞추고 싶은 것은 마음의 근육을 기르는 것이다. 마음에는 실체도 근육도 없는데 어떻게 기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사람의 뇌에는 신경가소성이라는 것이 있다. 인간은 성장하며 뇌가 다시금 조직되고 변화하는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생각 회로가 개발되며 트이는 것이다. 내가 마음을 쓰면 쓸수록, 생각을 하면 할수록. 이 개념이 생소할 수 있다. 신경가소성의 예를 들어보자. 매일 힘든 일이 있으면 죽어야지, 생각하던 회로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성장과 뇌의 재조직, 즉 상담과 약물을 비롯한 치료를 통해 새로운 생각 회로를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취미생활에 재미를 붙여 이제 힘든 일이 생기면 취미부터 생각나도록.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 신경가소성이다. (뇌과학적으로 접근하자면 좀 더 어려운 개념이라 뇌과학자가 보면 웃을것 같지만, 쉽게 풀어 쓰려 노력했다.)


이제부터 운동 이야기와 함께 내가 마음의 근육을 어떻게 길렀는지, 새로운 생각회로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나는 매일 운동을 가고 있다. 매일 가는 운동인데 정말 늘, 어떻게 이렇게나 힘든 것인지. 이 글을 보는 정신질환자들은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사실 그냥 아무 질환이 없더라도 운동을 가는 것이 귀찮고 힘들 수 있다. 경조증의 상태에서 나는 우울증의 상태인 것보다 운동이 잘 되는 것 같다. 적어도 집 밖에 나갈 수 있고,  고양감이 드니 활기가 돈다. 헬스를 할 때 무게를 평소보다 많이 칠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신감이 붙는다. 어쨌든 운동을 할 수가 있고, 땀 흘린 다음 마시는 시원한 물의 맛이 죽여주는 것만 같다.


우울증이 찾아온 나에게는 어떨까. 운동복으로 갈아입고도 집 밖으로 한 걸음 떼기가 힘들다. 도통 나갈 수가 없다. 나가야 한다고 몇 시간 동안 다짐을 한 다음, 어찌어찌 나가기에는 성공한다. 여기까지 했으면 다 된 줄 알았다. 유산소를 하고 나서, 웨이트를 하는 도중에 눈물이 터졌다. 왜 울지? 나 왜 울고 있지? 오늘 너무 힘든 하루였나? 그래도 마음을 잘 가다듬고 일도 잘 풀린 것 같았는데, 왜 울고 있는 거지? 당황스러움에 더불어 불안까지 덮쳐오기 시작했다. 짝꿍에게 "나 오늘 너무 힘든 하루였어..." 하고 말한 뒤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주룩주룩 터졌다. 헬스장 사람들이 다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부끄럽고 창피하기도 했지만 내 감정을 어떻게 추스를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옆에서 같이 운동하던 짝꿍이 내 상태를 보고는 운동을 중단하고 함께 헬스장을 빠져나왔다.


이렇게 나의 감정은 종잡을 수 없었다. 약을 먹지 않았던 상황에서의 나는 너무 약해져 있었다. 우울증의 상황에서는 버스를 타다 창밖을 보면 눈물이 난다. 이대로 있으면 정말 죽을 것만 같다. 지나가는 트럭에 몸을 던져버리고 싶다. 높은 빌딩을 보면 저기서 떨어지면 죽겠지, 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를 어떻게 돌보고 감정은 어떻게 추스르는 것이 옳은 것일까. 신경가소성의 이야기를 토대로 하자면, 나의 생각 회로를 어떻게 새롭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인지. 마음의 근육은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수없이 생각했지만 옳은 방법은 없었다. 그냥 나에게 맞는 방법이 있을 뿐. 누구에게나 통하는 방법이 아니었다. 


내 마음의 근육 만들기 첫 번째, 환기를 시킨다. 힘든 일이 생기거나, 우울증에 갇혀있으면 죽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나는 이제 힘든 일이 생기면, 닫혀있던 방 문을 활짝 연다. 회사에 있든 어디에 있든, 창문을 활짝 열어버린다. 죽을 것 같은 숨 막힘 속에, 누워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못하는 나에게 환기는 작은 에너지로도 득근(근육을 얻는 것, 헬스인들이 주로 쓰는 말)을 하는 일이었다.


두 번째로, 나는 언젠가부터 즉흥적으로 어딘가 떠나는 걸 좋아했다. 내가 우울해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으면, 또는 너무 고된 일들로 하루 동안의 피로를 어찌할 바 모르면, 짝꿍은 그 상태를 알아차리고 나를 옷 입혀서 드라이브를 시작한다. 어디 가볼까 오늘? 하면 나는 울면서도 고개를 끄덕거리곤 한다. 언제 한 번은 짝꿍이 기가 막힌 포장마차를 안다며 나를 데려갔다. 포장마차에 가서 어묵을 먹고, 순대를 먹었다. 처음에는 입맛이 없어서 톱밥을 씹는 것 같다가도, 추운 날씨에 어묵국물 한잔 먹으니 몸이 녹는 기분이었다. 


나에겐 이런 것이 자기 관리다. 환기라던가, 드라이브라던가, 어떤 방법이라도 좋다. 나를 돌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수많은 현대인들이 자기 관리, 자기 관리한다. 그중 내 마음을 돌보는 행동은 얼마나 될까? 내 마음을 세심하게 만져서 어느 부분이 약하고 어느 부분이 강한지, 나는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그런 것들을 알아보는 것이 나의 관리이자 회복 방법이다. 


나를 돌보는 일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프더라도 나를 돌보는 게 건강한 행동이다. 이미 아파버린 걸 어떡하겠나. 나에게는 긍정적인 생각회로들이 필요했다. 부정적인 생각회로만 강화되어 있던 나는, 돌파구가 필요했다. 마침내 돌파구를 찾은 나는 그전보다 행복하다. 혹여나 마음속 어두운 터널 안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다면, 마음을 세심하게 더듬어보길 바란다. 터널 안 주변을, 어둡더라도 더듬어보길 바란다. 드디어 어느 부분을 잡을 수 있는지, 문고리가 어디 있는지 알게 된다면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돌파구는 찾을 수 있다. 나에게 맞는 마음의 비책을 찾길 바란다. 그때, 빛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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