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걸어 가
걸어야 하는 시간이 왔어
거기에 나는 없었다
나는 걸었지만, 아무것도 밟지 않았다.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
우레같은 박수 소리,
소리, 소리, 소리
수많은 소리가 뒤섞여 귓 속을 울렸다
그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어떤 예술가는 귀를 잘라버렸을까
무덤에조차 묻히지 않은 그 귀는
어디로 가서 무슨 소리를 듣고 있을까
결국 그는 아무 표정 없이
자화상 안에 스스로 기어들어갔다
또, 다시, 나는, 걸어야 하는 이, 곳에
끝까지 걸어야 했지만 숨이 막혀 걷지 못했다
눈을 감았다
눈 감으면 안 돼. 눈 떠.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나의 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