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beginning!
알래스카 초등학교 여름방학 3개월이 끝나간다.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 여름방학이 3개월이라고? 도대체 어떻게 보내야 하나? 고민했던 순간이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특별히 학원을 다니거나(여기는 학원이 없다.) 특별 활동을 하는 건 없지만, 첫해엔 동네 친구들과 놀기, 둘째 해엔 여름 내내 축구하기, 올해는 다른 여러 지역에서 방문한 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서인지 3개월이 쑥 지나갔다.
그 와중에도 9월에 중학교에 가는 첫째는 나름대로 해야 할 것들, 공부, 듀어링거로 스페인어 공부, 매일 운동 분량 등등 알아서 잘하니 감사하다. 그에 반해 둘째는 노는 게 제일 좋아~ 나도 딱히 공부를 강요하진 않는다.
이 섬엔 초등학교가 5개, 중학교, 고등학교가 각각 하나씩 있다. 엄밀히 따지면 중학교는 두 개인데 하나는 작은 초등학교에 연결되어 올라가는 클래스이기 때문에 학생이 거의 없다.
이 섬에 사는 모든 아이들이 숀바 미들스쿨에 모인다. 이 말인즉슨 온갖 종류의 아이들이 모여든다는 의미이다.
1~6학년이 초등학교, 7,8학년이 중학교, 9~12학년이 고등학교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학교 신입생들을 위한 학부모 설명회가 열렸었다. 잔뜩 긴장해서 갔더니 참석한 부모님들이 많지 않았다. 이건 무슨 분위기이지? 이미 자녀들을 보내봐서 안 오는 건지 바빠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의외였다.
학교에서 우편물과 이 메일이 계속 날아왔다.
신입생을 세 팀으로 나누어서 월, 화, 수요일 등교시킨 후에 목요일부터는 모든 학생들이 같이 등교하는 방식이다. 첫째 딸은 Gray 팀이라 수요일에 가면 된다.
학생들이 미리 학교에 가서 본인의 클래스 룸과 라커를 확인하는 셀프 투어시간도 있었다. 우리가 갔던 때엔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교실과 라커룸 확인 후 전교생이 점심식사를 하는 홀로 가보았다.
생각보다 작아 보이는데 그래도 모든 학생들이 다 먹을 수 있겠지?? 즐거운 점심시간이 되길 바라며^^
다시 도시락 싸기가 시작된다.
옆 벽면에 붙여놓은 스케줄 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2시 33분, 금요일은 1시 33분에 하교한다고 적혀있다. 7시 45분에 학교가 시작되니, 6시 기상, 7시 20분 집에서 출발이 목표다.
그럼 도시락은 도대체 몇 시에 싸야 하나?;;^^ 나를 완벽한 아침형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학교 스케줄;;
그래도 새 학기를 위해서 지난 3년간 썼던 도시락 가방을 정리하고 새 도시락 가방과, 도시락통은 종류별로 많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새 도시락통을 구매했다. 이제 아이들도 이런 모습이 익숙한지 그러려니 한다.^^
이곳에선 중학교 2학년 때 일본에 자매결연 맺은 학교에 가서 스위치로 공부할 수 있다. 일본 학생들도 이 섬에 와서 공부를 한다. 한국과도 이런 시스템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혼자 생각해 본다.
첫째딸의 친한 친구가 내년에 일본에 가고 싶어 한다. 본인도 가고 싶다고 했지만, 우리는 비자상 현재로선 이곳을 떠날 수가 없다. 내년에 베스트프렌드가 일본 가기 전에, 첫째가 올해 더 친한 친구들을 사귀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첫째 딸의 수업 시간표이다. 친한 친구들과 한 과목도 겹치는 시간이 없다. 그래도 축구, 소프트볼을 하면서 아는 친구들이 있어서 괜찮을 거라고 애길 하니 안심이 된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P1이 없다. 주말이 지나고 학교에 문의를 하려고 했으나, 개학 하루 전날인 일요일에 비가 엄청나게 많이 쏟아지더니 산사태가 나버렸다.
학교가 일주일 동안 문을 닫고 개학을 연기했다. 예상보다 일주일 늦게 개학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학교가 공식적으로 쉴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는데 이렇게 하면 그 기간이 다 소모되어 여름방학을 늦게 시작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아직도 두 아이는 집에서 지루하지만 여유로운 방학을 계속 누리고 있다.
다음 주에는 제발 학교에 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이곳은 바다 근처로 보이는 메인 도로와 바이패스, 두 개의 도로가 있는데, 하나가 막혀버렸으니 이 작은 섬에서 보기 힘든 교통체증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스쿨버스 운행과 부모님들의 라이드 등 여러 가지가 힘들다고 판단되었는지 일주일간 모든 학교가 개학을 연기했다.
지금까지 이곳을 운전해 다니면서 산꼭대기는 도대체 얼마나 높은 건지 궁금했었는데 이번에 산사태가 나서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들을 보니 정말 높은 산꼭대기에서부터 쓸고 내려와 집이 파손된 곳도 있다.
생각해 보면, 사람이 그리고 공공기관이 아무리 날짜를 계획해서 진행한다고 해도 자연재해에는 속수무책이다. 얼마 전 알래스카 주노에서는 빙하가 녹아내려 홍수가 나서 피해가 있었는데, 남동부 알래스카 여러 지역들이 안전하길 간절히 바래본다.
예상보다 학교 개학이 늦어지면서, 이곳에서 중학교를 처음 보내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조금은 긴장이 풀어지는 것 같다. 한국에서의 중학교 생활은 이미 지나온 과정이기에 예측 가능하지만, 이곳에서 중학교는 경험해 본 적이 없는지라, 과연 어떻게 학교가 진행될지 그리고 한창 사춘기인 아이들이 우글 우글 모여있는 곳이라 여러 가지 소문들이 많지만 그래도 꿋꿋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잘해주길 바래본다.
본인 시간표에 따라 이리저리 교실을 옮겨 다니며 수업을 받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같이 배워가는 알래스카 시골섬 살이!!
또 다른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