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품은 시간

오늘의 감정ㅡ용기

by 봄날의꽃잎


“건넬까 말까 고민하는 중입니다.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말하지 못한 시간이 있습니다. 사과는 나의 실수이고, 나의 고백이고, 내가 품은 시간입니다. 결국 나는 건넬 것입니다. 용기를 내는 중입니다.”

– 전시문구 중에서


며칠 전,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남긴 전시회를 다녀왔다. 친구의 도예전이였는데

‘사과를 품은 시간’이라는 타이틀이였다

전시장 안에는 사과의 형태를 빌려 만든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다양한 색의 사과, 모양과 크기가 다른 사과, 안에 그림들이 새겨진 사과, 서로 마주 보는 두 개의 사과…

그 속에는 "사과할 마음", "사과하는 마음",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라는 말들이

다정하게, 때로는 아프게 담겨 있었다.


그 글귀들이 내 안에 오래 머물렀다.

아마도, 나 역시 많은 ‘사과를 품은 시간’을 안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말을 놓치고 돌아선 뒤,

마음속에서 수없이 "미안해"를 되뇌었던 날.

아이에게 욱한 마음으로 내뱉은 말이

밤새 내내 마음에 걸려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며

조용히 눈물 흘렸던 그 밤.

친구의 연락을 놓치고는 괜히 아무렇지 않은 척,

늦은 답장 하나로 미안함을 숨겼던 기억도 있다.


직장에서 내가 먼저 예민했던 날,

동료에게 무심히 했던 말이

내 발걸음을 무겁게 했고,

엄마의 전화에 짧게 대답하고 끊어버린 날엔

이내 "엄마, 미안해요"라는 말을

마음속에서 백 번은 넘게 반복했다.


사과는 늘 말보다 느리다.

용기보다 늦게 도착하고, 후회 뒤에야 겨우 걸어온다.

그래서 사과는 ‘마음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 시간을 안고 있을 줄 아는 것도,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우리는, 때로는 말하지 못하고 있는 미안함도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다고 여겨도 되지 않을까.


지금도 누군가는 가슴 속 깊이

‘미안하다’는 말을 조용히 품고 있을 것이다.

그 마음이 언젠가,

조금은 더 따뜻한 말로 피어나길 바란다.

말은 늦을 수 있어도, 마음은 자주 먼저 도착하니까.




[오늘의 마음 ]


사과를 품는 시간도, 마음의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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