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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과 관계, 그리고 말의 무게

오늘도 필사는 계속된다

by 봄날의꽃잎
필사하기 좋은 책
한동안 내 마음에 아픔이 오래 머물다갔다. 그때, 나를 치유해준 필사의 문장들


나이가 들수록 사람과의 관계가 쉽지 않다는 걸 실감한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없고, 모든 사람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도 없다. 관계는 노력한다고 해서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기대했던 말이 돌아오지 않을 때의 섭섭함,

진심을 다했지만 비껴가는 감정들,

그리고 말로 인해 상처받고 또 상처 주는 순간들.

그런 경험이 쌓일수록 점점 사람보다 글과 책에서 위로받게 되었다.


“우리는 우리가 한 말과 듣는 말들 속에서 자란다.”


최대호 작가의 당신의 마음은 당신의 말을 닮아간다에서 이 문장을 읽고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말이 삶을 만들고, 우리가 듣는 말들이 결국 우리의 마음을 채운다.

나는 상대의 말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애써 무심한 척하지만, 작은 말 한마디에도 쉽게 흔들린다. 때로는 무심코 던진 말이 내 안에서 커져, 며칠이고 마음을 괴롭힌다.

‘왜 그렇게 말했을까?’ ‘내가 너무 기대했던 걸까?’ 되뇌다 보면 결국 섭섭함과 서운함이 내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 사람에게 서운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랐던 내 기대가 서운한 것이다.”

책을 읽으며 이 문장에 오래 머물렀다.

맞다. 섭섭한 것은 상대가 아니라 내 안의 기대였다.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결국 내가 상대에게 얼마나 마음을 두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상대에게 바라는 것이 적다면 실망도 적을 것이고, 기대가 크다면 서운함도 더 크게 다가온다. 그러니 서운함을 줄이는 방법은 상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돌보고, 내 안을 단단히 채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필사를 하며 그동안 나는 얼마나 나에게 가혹한 말을 건네왔는지 돌아보게 됐다.

"나는 왜 이렇게 마음이 좁을까?"

"왜 나는 이런 걸로 서운해하지?"

스스로를 책망하는 말들이 쌓여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런 감정조차도 ‘내 마음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다독여야 한다는 것을. 내가 나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지 않으면, 아무도 대신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나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있는가.”

책을 덮으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나에게 따뜻한 말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나를 가장 날카롭게 비판하는 사람이 되고 있을까.

사람과의 관계에서 완벽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 안에서만큼은 따뜻한 말을 가득 채우며 살고 싶다.

나의 마음은 내가 건네는 말을 닮아간다.


그러니 이제는 나에게도 따뜻한 말을 건네려고 한다. "괜찮아, 네 마음은 자연스러운 거야."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

관계에서 느낀 서운함도, 흔들리는 감정도 결국 나를 돌아보게 하는 과정일 뿐이다.


오늘도 나는 필사를 하며 내 안의 말들을 정리해본다. 그리고 나에게 더 다정한 사람이 되어보려 한다.

언젠가 그 말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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