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필사는 나에게 생각을 준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공부가 싫었다.
아니, 사실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몰랐다.
시험을 앞두고도 책을 덮어버렸고, 교실 창밖을 바라보며 하루를 보냈다.
누군가는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었지만,
나는 그저 "이걸 해서 뭐가 달라질까?" 하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상담 시간에 내게 말했다.
"넌 아이큐가 반에서 2등인데, 성적은 왜 이 모양이냐?"
"너는 노력이 부족한 거야. 열심히 해라."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부족한 아이가 되어 있었다.
노력하지 않는 아이, 그래서 성적이 좋지 않은 아이.
사춘기였던 나는 그 말이 너무 아팠다.
나는 정말 노력을 안 했던 걸까?
아니면, 노력할 이유를 찾지 못했던 걸까?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더 공부를 하지 않았다.
마치 선생님의 말에 반항하듯,
"그래, 난 공부 못하는 애야. 그냥 이렇게 살 거야."
그렇게 스스로를 틀에 가두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어른이 된 나는 가끔 생각한다.
"만약 그때 선생님이 다른 말을 해줬다면?"
"넌 머리가 좋은데, 혹시 공부가 재미없니?"
"어떤 걸 배우는 게 즐겁니?"
이렇게 물어봐 줬다면, 나는 다른 선택을 했을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깨달았다.
공부든, 경험이든, 모든 것은 때가 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의 나는 안다.
그렇기에 나는 그런 어른이 되려 한다.
길을 강요하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곁에서 방향을 보여줄 수 있는 안내자 같은 어른.
누군가가 "이걸 왜 해야 하죠?"라고 물을 때,
그 이유를 함께 찾아줄 수 있는 사람.
결국, 성공한 사람은 미래를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고,
불행한 사람은 누가 나에게 상처를 주었는지를 생각한다.
나는 더 이상 과거의 부족함을 탓하지 않는다.
대신, 내가 원하는 어른이 되어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살 수 있다면,
그 시절 후회했던 나에게도,
지금을 살아가는 나에게도,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과거는 지나갔지만, 미래는 내 손에 달려 있다.
오늘도 나는 누군가의 작은 안내자가 되기 위해 한 걸음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