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필사는 위로받았던 순간을 선물한다
어린 시절,
나는 감정을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못한 채 자랐다.
울고 싶어도 참아야 했고, 속상한 마음을 표현하면 "그런 일로 뭘 그래?"라는 말을 들었다.
어떤 감정이든 이해받기보다는 이겨내야 한다고 배웠고, 그래서 점점 말수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나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아이들이 나에게 감정을 털어놓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도 그랬어."
시험 공부를 하다 집중이 안 된다고 속상해하는 아이에게도,
실수를 하고 난 후 마음이 무겁다고 걱정하는 아이에게도.
나는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말했다.
"엄마도 그랬어. 그럴 수 있어."
이 한마디가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닿았을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나는 적어도 그들이 혼자라고 느끼지 않기를 바랬다.
누군가에게 이해받는다는 것,
감정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나도 그랬어."라고 말하며 살아왔지만, 문득 돌아보니 정작 나는 그런 말을 많이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나의 감정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때, 위로보다는 해결책이 먼저 돌아왔고, 이해보다는 조언이 앞섰다.
그러다 어느 날, 그 말을 내가 건네는 것이 아니라 되돌려 받는 순간이 왔다.
나도 누군가에게 조심스럽게 속마음을 내비쳤을 때, 그 사람은 따뜻하게 말했다.
" 나도 그랬어. "
그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묵혀둔 감정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이해받는다는 게 이런 기분이었구나.
그동안 나만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위로했던 것처럼, 누군가도 나를 그렇게 위로해주고 있었구나.
나는 다시 깨달았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살아가면서 "나도 그랬어." 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지탱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 말 한마디가 상처를 아물게 하고, 외로움을 덜어주며, 힘내서 다시 살아갈 용기를 준다.
이제 나는 나 자신에게도 그 말을 건네려 한다.
힘든 날에는, 외로운 순간에는, 거울을 보며 조용히 속삭여본다.
"괜찮아, 나도 그랬어."
그 말이, 내가 나에게 주는 가장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