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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따라 쓴다고 달라질까?

by 봄날의꽃잎

필사, 따라 쓴다고 달라질까?

처음 필사를 시작할 때,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그저 따라 쓰는 일이었고, 잘 쓰든 못 쓰든 상관없었다. 하지만 궁금했다.

“필사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처음에는 유명한 문장을 따라 적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좋은 글을 손으로 옮겨 적으면 그 작가의 감성이 내 것이 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문장을 따라 쓰면서 글을 읽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문장을 곱씹고, 그 의미를 되새기고, 왜 이 단어를 썼을까 생각하다 보니, 필사는 단순한 베껴 쓰기가 아니었다. 마치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일처럼 느껴졌다.


필사를 하며 내 마음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 손으로 글을 적으면 마치 생각이 가지런히 정돈되는 기분이 들었다. 힘든 날에는 따뜻한 문장을 따라 쓰며 스스로를 위로했고, 용기가 필요할 때는 단단한 글귀를 베껴 쓰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따라 쓰는 것뿐이었는데, 나는 글을 읽는 방식도, 내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도 바뀌고 있었다. 필사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 될 줄은 몰랐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매일 필사한다.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따라 쓰는 것 같지만, 사실 나는 나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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