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큰고모가 보내주신 찹쌀을 보며 뭘 해먹으면 좋을까? 생각하다 약식이 생각났다.
자주 하는 음식이 아니다 보니 하기 전에 레시피를 검색했다. 소스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재료들이다. 간장과 흑설탕.
‘오케이. 어렵지 않네. 해보자! 냉동실에 건포도와 호두는 있고, 대추와 밤만 사면되겠다.’
오래전 욕심을 부려 잣도 함께 넣어봤는데 잣의 유무가 맛에 큰 차이를 주지 않아 이번엔 패스하기로 했다.
쿠팡으로 대추와 손질되어 진공 포장된 밤을 주문했다. 밤까지 하나하나 다 까가며 약식을 할 정도의 정성은 들이지 못하겠다.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힘들다. 나는 이런 저런 음식에 도전을 많이 해보는데 최대한 쉽게 하자는 주의라 손쉽게 할 수 있는 재료를 구입해서 한다.
압력솥으로 약식을 하는데 한번 할 때 9인분 정도의 찹쌀을 준비한다.
찹쌀은 깨끗이 씻어 3~4시간 정도 불린다. 불리는 동안 재료를 준비한다. 다른 재료는 그냥 다 넣기만 하면 되고, 대추만 씨를 빼고 가늘게 썰어서 준비한다. 찹쌀이 충분히 불려지면 손으로 물량을 체크해 본다. 밥 할 때처럼 손등에 찰랑거릴 정도의 양이다. 큰 계량컵에 따르니 대략 1000ml다. 그 물을 300ml정도 버리고 간장과 흑설탕을 넣고 간을 맞춘다.
간이 맞춰지면 계피가루를 넣어 계피향이 살짝 나게 해주면 기본 소스는 끝이다.
잘 불려진 찹쌀을 압력솥에 넣고 준비된 건포도, 호두, 대추, 밤을 넣고 기본 소스를 넣어주고 뚜껑을 닫아 가스레인지에 올린다. 압력솥의 추가 돌때까지 강불로, 추가 1분쯤 돌았다고 생각되면 약불로 줄인다. 약불에서 2분정도 둔 후 불을 꺼준다. 처음 제대로 찹쌀을 불리지 않고 했을 땐 약불에 오래 두어서 태웠던 경험이 있다. 불 조절도 경험이 중요하다.
불을 끄고 추가 다 돌아가고 난후 뜸이 들 때까지 기다린다. 추를 기울여 억지로 김을 빼지 않고 자연스레 빠지도록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김이 다 빠지고 충분히 뜸이 들었다고 생각이 들 때 뚜껑을 연다. 은은한 계피향이 나는 맛있는 냄새와 함께 뽀얀 김이 훅 올라온다. 꿀을 2~3 숟가락 넣어주고, 참기름을 3바퀴 정도 돌려 넣어준다. 요리책에 나오는 레시피처럼 몇g인지 알 수 없다. 대충 감으로 적당량 넣어준다. 우리들의 엄마들이 음식을 하듯 그렇게…….
모든 재료가 골고루 고르게 섞이도록 잘 섞어준다.
그리고 넓은 베이킹 철판에 종이 호일을 깔아준 후에 잘 섞은 약식을 평평하게 펼쳐 식혀준다. 한김 식은 약식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랩으로 하나씩 포장해 냉동실에 보관한다.
아이들 간식과 아침으로 만드는 거지만 실상 아이들은 잘 먹지 않는다. 둘째는 만들어서 한김 식히고 썰어 포장을 할 때 옆에서 받아먹고 그 후엔 찾지 않는다. 첫째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먹기를 거부한다.
“이 맛있는걸. 왜 안 먹어?”
“난 거기 들어가는 대추가 싫어!”
“그럼, 대추만 빼면 먹을 거야?”
“건포도랑 호두도 좀 그런데…….”
“야, 들어가는 거 다 싫으면 그걸 무슨 맛으로 먹어? 건포도, 호두, 대추 다 빼면 간장에 밥 비벼 먹는 거랑 뭐가 다르냐?”
아들과는 이렇게 설전을 벌이며 밤만 있는 곳을 골라 조금 먹였다.
입맛이 까다로운 녀석에게 몸에 좋은 것을 만들어 먹이기는 쉽지 않다. 몸에 좋은 것도 좋은 거지만 일단 맛이며 식감이 본인 입에 맞아야 하니…….
채소는 멀리하고 고기만 찾고, 라면, 치킨, 피자, 햄버거 등 인스턴트 음식을 너무나 사랑하는 녀석이라 골고루 먹으라며 잔소리를 하다 나의 어린 시절 식습관이 문득 떠올랐다.
‘우리 아들의 예민한 식성. 날 닮았구나!’
나 어릴 때를 생각하면 우리 아들은 채소와 과일을 안 먹을 뿐 나보다는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난, 돼지고기는 조금만 냄새가 나면 안 먹고 조금 붙어있는 비계는 다 떼어내고 먹었다. 케이크는 또 어떤가! 크림이 듬뿍 올라가 예쁘게 만들어진 케이크의 크림을 다 걷어내고 속에 빵만 먹었다. 뼈해장국, 순댓국 등 모양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생각되고 예쁘지 않으면 안 먹었다. 30세 가까이 되서 첨 먹었으니……. 지금도 선짓국, 순대의 간 등 먹지 못하는 음식이 수두룩하다. 아들에게 가려먹는다, 입맛이 별나다고 비난할 입장이 아니다.
그래서 이젠 안 먹는 음식에 대해선 기다려주기로 했다.
‘네 입에서, 몸에서 받아들일 때가 되면 먹겠지.’
인스턴트 음식은 줄이고, 몸에 좋은 음식은 권하지만 본인 입에 맞지 않으면 억지로 먹으라고 안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