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집 아침 식사 메뉴는 주로 빵, 시리얼, 떡이다. 가끔 밥을 제안해도 아이들은 거부하기 일쑤다. 거부하고 안 먹는 것보다는 뭐라도 조금 먹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다른 메뉴들을 준비해 주지만, 영양학적으로 얼마나 균형 잡힌 식단인지 늘 확신하지 못한다.
요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크림치즈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파베이컨 크림치즈’다. 이 메뉴는 둘째 아이 친구 집에서 커피와 함께 대접받은 크림치즈 카나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레시피를 찾아보니 대파와 베이컨을 함께 넣어 먹으면 더 맛있다는 팁을 알게 되었다.
대파를 송송 썰어 기름에 볶아 키친타올로 기름을 제거하고, 남은 기름에 베이컨이나 슬라이스 햄을 노릇노릇하게 구운 뒤 역시 키친타올로 기름을 빼주었다. 그런 다음 잘게 썰어준다. 순서를 지키지 않아도 되고, 유연하게 조리해도 된다. 볶은 대파와 베이컨을 크림치즈에 섞어주면 되는데, 냉장고에서 막 꺼낸 크림치즈는 단단해서 섞기 어렵다. 이럴 땐 전자레인지에 20초만 돌려주면 부드러운 질감으로 변해 쉽게 섞을 수 있다. 여기에 꿀 한 스푼을 더하면 훨씬 맛이 좋아진다. (크림치즈 200g 기준)
식빵이나 베이글을 토스트기에 구워 대파베이컨 크림치즈를 올려주면, 아이들은 아침부터 흡입하듯 먹고 간다. 어떤 날은 “늦었으니 그만 먹으라”고 잔소리할 정도다.
크림치즈 칼로리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100g당 349칼로리로 지방이 88%, 탄수화물 3%, 단백질 9%였다. 여기에 베이컨까지 추가되니 칼로리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래서 매일 만들어주기엔 부담스러워 며칠 간격으로 준비했는데, 아이는 “엄마, 내일 아침에 크림치즈 해 줘.”라며 계속 주문한다.
“아들, 빨리 일어나 주문 한 거 먹고 가. 늦게 일어나면 못 먹고 간다.”
좋아하는 음식에 진심인 아들은 먹는 걸로 유혹하면 종종 벌떡 일어난다. 오늘도 벌떡 일어나 등교 준비를 하고 아침 식사를 하는데 흡입을 한다.
“아침부터 흡입을 하냐. 이거 칼로리가 얼마나 높은데……. 너무 많이 먹지마.”
“괜찮아. 맛있으면 0칼로리라고 했어.”
식빵 세 장을 토스트기에 구워 대파베이컨 크림치즈를 듬뿍 올려 먹고 등교하는 아이를 보며, 식생활 균형에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엔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만들어 먹으려 노력하고 있다. 영양의 균형까지는 자신 없지만, 미원이나 다시다 같은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으니 조금은 안전하다고 믿는다. 물론 간장, 된장, 고추장, 멸치 액젓, 참치액 등 기본 재료에도 인공 첨가물이 들어 있지만, 추가적으로 조미료를 쓰지 않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오래전 방송에서 본 실험이 떠오른다. 신선한 생선과 신선도가 떨어지는 생선으로 찌개를 끓여 맛을 비교했는데, 신선도가 떨어지는 생선에 조미료를 넣으니 신선한 생선으로 만든 찌개와 맛의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조미료가 몸에 나쁘진 않다고 하지만, 입맛을 무디게 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만든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입맛이 자극적인 외부 음식에 길들여지지만 않는다면 차츰 영양을 생각하며 좋은 음식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