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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고구마가 남아돌고 있다. 고구마깨찰빵

by Balbi


욕심내서 사온 고구마와 남편이 고향 시골에서 가져온 고구마까지 고구마가 집에 넘쳐나고 있다. 고구마가 맛있으면 아이들은 우유(김치 이상으로 맛의 궁합이 잘 맞는다)와 함께 잘 먹는데 결정적으로 집에 있는 고구마가 맛이 없다. 퍽퍽하고 맹탕이다. 튀김옷을 입혀 튀김도 해보고 고구마를 가늘게 채 썰어 고구마스틱 튀김도 해먹었다. 튀김은 아무리 맛없는 재료도 다 맛있게 해준다는데 역시! 집에 있는 이 퍽퍽한 고구마도 튀기니 인기 만점 간식이 된다. 그런데 몇 번 이 튀김 요리를 해먹으니 온 집안에 퍼진 기름 냄새로 당분간은 기름 냄새를 맡고 싶지 않았다.


그냥 두면 버려질 고구마로 뭘 해먹어야 하나 고민하며 레시피를 뒤지니 고구마 깨찰빵이 나온다. 조리법이 꽤 간단하다.

당장 해봐야겠다!

검은깨와 찹쌀가루를 주문했다. 쿠*에서 주문한 재료가 다음날 아침 일찍 도착하고 오후에 만들기 시작했다. 만들려고 재료를 보는데 아뿔싸! 찹쌀가루를 주문한다는 걸 일반 쌀가루로 주문을 했다. 어찌 이런 실수를……. 집에 있는 찹쌀을 급히 씻어 고구마를 찌는 동안 불렸다. 불린 찹쌀의 물기를 빼주고 믹서에 갈아 찹쌀가루를 만들었다.


성인 주먹만 한 큰 고구마 4개를 골라 껍질을 벗기고 작게 깍둑썰기를 해서 찜기에 올려 푹 쪄주었다. 푹 찐 고구마를 으깨고 레시피에는 없던 크림치즈를 300g정도와 설탕, 한꼬집 정도의 소금을 넣어 섞어주었다. 으깬 고구마에 찹쌀가루를 넣어 반죽을 해주었다. 반죽의 농도는 질척거리지 않고 동그랗게 뭉쳐질 정도면 된다. 찹쌀가루를 너무 많이 넣어 되직할 땐 우유로 농도를 맞춰주면 된다. 성인 주먹만 한 큰 고구마의 깍둑썰기와 으깨기, 반죽하기 등 힘이 들어가는 과정은 남편의 도움으로 쉽게 할 수 있었다. 음식을 할 때 힘을 써야 하는 부분은 남편 찬스를 종종 이용한다.


반죽이 완료 되었으면 아기 주먹만 한 크기로 동글동글 모양을 성형해준다. 이번 메뉴 조리과정에선 중간 중간 재료를 넣어주고 입으로 코치를 했다. 반죽하는 옆에서 오븐철판에 종이호일을 깔아주고 남편과 둘째가 열심히 만들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건 분명 고구마깨찰빵인데 반죽과정에서 깨가 빠졌다. 설탕을 넣어줄때 검정깨도 넣었어야 하는데 빼먹었다. 나의 불찰이다.


“어머, 이거 어떡하지? 빠트린 게 있어.”

“엄마 뭐가 빠졌는데?”

“깨찰빵인데 깨를 안 넣었네. 지금까지 만든 거 있는데 아까우니까 깨를 그냥 위에 올릴까?”

“응, 뭐 어때. 반죽에 넣어 빵 속에 들어가는 거보다 그게 나을 거 같아.”


남편과 둘째의 동의로 우리의 고구마깨찰빵은 검정깨가 빵위에 살짝 흔적을 남기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오븐의 온도를 180도로 맞추고 10분간 예열해준다. 동글동글 예쁘게 성형해준 반죽을 오븐으로 넣어주고 20분간 구워주었다. 하나 꺼내 먹어보니 익기는 했는데 반죽이 좀 질었던 듯싶다. 수분이 날아가라고 온도를 160도로 낮추고 20분 정도 더 구워주었다.


완성된 고구마깨찰빵은 뜨거울 때보다 차갑게 식어서 먹으니 더 쫀득쫀득 맛있다. 우리 집 미식가 첫째는 추가된 크림치즈가 입에 맞는지 맛있다고 먹는데 열심히 만든 둘째는 한번 먹어보더니 더 이상 먹지 않는다.


“왜 안 먹어? 맛있는데.”

“음, 별로야.”

“느끼한 거 같아? 크림치즈 괜히 넣었나? 담엔 넣지 말아볼까?”

“응, 담엔 빼고 해봐.”


둘째는 크림치즈 맛이 나는 고구마깨찰빵이 입에 안 맞나보다. 둘째 역시 맛에 예민하다. 오빠에 비해 무던하다 생각했는데 무던했던 게 아니고 입맛의 스타일이 달랐던 거다. 첫째가 아메리칸 스타일이라고 하면 둘째는 코리안 스타일 이라고 해야 할까? 고기를 좋아한다는 공통분모에 둘째는 김치를 찾는…….


다음에 만들 고구마찰깨빵엔 크림치즈를 넣지 말고 해봐야겠다.

둘째의 입맛에 맞는 고구마찰깨방을 만들어보겠어!


고구마찰깨빵을 만드는 이 과정동안 우리 윗집 아이들의 쿵쾅거림은 멈추지 않고 있다. 층간소음으로 가슴이 벌렁거리고 신경쇠약에 걸렸다는 말을 이해하며 사는 요즘이다. 다 구워진 빵을 몇 개 들고 올라가봐야겠다. 아무래도 서로 껄끄러운 이야기를 할 때 음식이라는 매개체가 있으면 좀 부드러워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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